북한방문기

 

제목 : 광복 70주년, 북한을 바라보다
작성자 : 조병현 날짜 : 2015-09-23 조회수 : 910

 

2015.09.0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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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주년, 북한을 바라보다

- 광복70주년기념 북한프로젝트-



1945815일 광복을 맞이한 지도 어느덧 7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한반도가 분단된 지도 70년이 지났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70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남한과 북한 사이에도 여러 방면에서 점점 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로에 대한 오해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우리는 북한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여 서울시립미술관은 광복과 분단, 통일이라는 역사적이고 민족적인 과제들을 북한이라는 예술적 키워드를 통해 풀어나가고자 했다고 합니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가깝고도 먼 타자로서의 북한을 어떻게 보여주고, 상상하고, 접속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서 더 늦기 전에 함께 머리와 마음을 맞대고 의논해야 하기 때문이죠.


프로젝트는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비교적 장기적인 관점의 계획을 가리키며, 행동 이전의 진행과정까지 포함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프로젝트의 이러한 일반적인 의미와 더불어 앞으로 나아가(pro)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적극적인 실천의 행위에 방점을 둔 프로젝트의 의미를 강조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이번 전시에서는 북한을 프로젝트함으로써 우리에겐 무엇인가로 규정되기 어려운 북한이라는 존재가 끊임없는 의미작용을 거쳐 하나의 규정된 정의나 작품이 되려고 하는 과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끄러질 수밖에 없는 과정, 그리고 그 미끄러짐들 속에서 의미가 새롭게 확장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전시장 입구에는 피아노 한 대가 관람객들을 반겨주었습니다. 이 작품은 통일의 피아노 - 분단의 상징으로 통일을 노래하다입니다. 우리가 분단을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물인 철조망은 분단뿐만 아니라 휴전상태인 남북의 긴장감과 대립을 상징하기 때문에 이것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는 생각을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작품은 역설적으로 이러한 분단과 대립의 상징을 이용해 평화와 화합을 노래하고자 했다고 합니다.


피아노 현을 철조망으로 개조해 만들어져 철조망이 만들어내는 둔탁하고 거친 불협화음은 한 민족이지만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한을 노래하는 동시에, 아직도 온전치 않은 남북의 상황을 표현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 프로젝트> 전시회는 유화/포스터/우표, 사진, 그리고 영상 설치 작업 이렇게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먼저 북한의 시각문화를 엿보게 하는 북한 화가들의 유화, 포스터, 그리고 우표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북한의 유화 파트에서는 1960년부터 2010년까지 로날드 드 그로엔 컬렉션이 수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사회와 국가의 일원인 예술가가 그들의 국가체제의 이념을 구현하는 것은 북한 미술의 전 분야가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지향점이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북한의 유화는 북한 사회를 움직이는 이념과 사상의 변화, 그리고 조선화와의 관계 속에서 읽어내야 한다는 설명이 적혀있었습니다.


1950년대 소련의 영향으로 사회주의 리얼리즘 계열 유화로 발전을 이뤘으나 점차 민족적 감성과 정서에 맞는 미술을 발전시키도록 강조함에 따라 미술가들은 북한식 유화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합니다. , 화가들은 유화에 정치적 메시지를 녹여내어 미술의 언어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려 했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포스터 파트에서는 1953년부터 2006년까지 빔 반 데어 비즐 컬렉션이 수집한 1000여장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선전화라고 불리는 북한의 포스터는 표제어와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로 북한 주민들을 계도하고 정치적이고 사회적 선전을 목적으로 제작되어 왔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포스터는 경제 개발, 선거독려, 농촌개발, 산림보호 등 북한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 사회주의체제의 강조, 미제타도나 주체사상, 김일성 숭배 등 북한 사회가 지향하는 방향 등의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인쇄된 포스터에는 제작 시기와 인쇄 부수, 담당부서와 도안자의 이름이 명기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포스터가 북한 사회에서 매우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제작되고 있으며 대중선전 도구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북한의 우표 파트에서는 북한이 조선우표목록에서 밝히고 있는 공식적으로 발행한 우표의 대부분이 포함된 신동현 컬렉션이 수집한 수많은 우표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북한은 세계적인 우표 생산국 중 하나로서, 1970년대 이후 우표를 주요한 수출 품목으로 내세우기 시작하면서 그 소재와 방식이 매우 다양하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자연환경부터 조선의 위인들, 스포츠, 그리고 독도 관련 우표처럼 자신들의 주권과 국경선에 대한 이슈를 담는 우표들까지 수많은 종류의 우표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사진 전시가 이어졌습니다. 여러 뛰어난 사진가들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먼저 네덜란드의 사진작가 에도 하트먼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하트먼은 20144월 평양에 머물면서 <평양, 무대를 만들다> 시리즈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6·25 전쟁으로 완전히 잿더미가 되어버렸던 평양은 사회주의 국가 건설이라는 정치 이데올로기가 전체의 도시 계획부터 하나 하나의 건축물들, 그리고 각종 기념비 조각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계산되어 건축된 도시라고 입니다. 보통 북한을 기록한 사진작가들은 인도주의적이거나 정치적인 관점을 가지고 북한에 접근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하트먼은 이데올로기에 대한 판단을 의도적으로 중지한 채 그 이데올로기가 만들어낸 평양이란 도시의 표면을 세밀히 포착하여 그의 사진들은 아름답고 허무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왕 궈펑의 사진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은 2012년의 아리랑 축전의 스펙터클을 담은 ‘North Korea 2012 No.5’입니다. 그의 <북한> 시리즈는 건축물부터 시작해서 거대 정치집회, 축전들, 농부, 과학자, 학생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의 구성원들을 보여주는 인물 사진을 포괄합니다.


왕 궈펑은 2005년부터 구소련과 중국의 사회주의 건축물을 기록해왔다고 합니다. 그에게 역사의 기념물이자 유토피아를 향한 인간의 집념과 추구를 보여주는 사회주의 건축물, 그리고 특히 여전히 강력하게 사회주의를 지속하고 있는 국가인 북한은 그에게 중요한 소재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외국 사진가로서는 이례적으로 북한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사진가이며, 2011년 이래로 4번째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또한 닉 댄지거의 사진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영국의 사진가 닉 댄지거는 2013년 북한에서 보낸 3주간의 워크숍의 결과물로 평양을 비롯해 여러 북한 지역을 방문하여 북한 주민들과 그들의 사소한 일상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삶을 담아냈다고 합니다.

 

그의 사진 속에는 어부, 무용가, 교사와 같은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담겨있고, 평양의 지하철, 거리, 미장원 등 우리와 별로 다를 바 없는 일상 속 모습들이 담겨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북한의 사람들도 우리와 그리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댄지거의 사진은 인류애에 대한 사진가 특유의 호기심으로 북한을 기록하고, 서구 사회에 폐쇄적이고 신비스러운 나라로 알려진 북한 사회의 이면을 개개인의 삶의 풍경들을 통해 들춰내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영상 작업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먼저 전소정 작가의 <먼저 온 미래>라는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전소정 작가는 훌륭한 청자이자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삶을 관찰해서 이를 자기 내부의 충돌과 전이를 통해 나의 이야기로 전이시키눈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녀의 작품은 탈북 피아니스트와 남한 피아니스트가 만나 제약을 둔 음악적 대화와 협의의 과정을 거쳐 함께 연주를 해내는 과정을 담은 영상 작업이었습니다. 여기서 제약은 음에 의해서 청각 외에 특정한 색채 감각이 일어나는 공감각적 현상인 색청 현상을 이용해 관념적인 남과 북의 색과 음을 연결시키고 그것을 서로에게 작동하는 제약으로 상정한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사회 체제가 다른 곳에서 예술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과연 이념적이고 정치적인 대립을 예술가의 예술적 상상으로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과 실험을 시도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권하윤 작가의 <489>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2014년 봄 파주에 머물면서 DMZ 수색대 출신의 군인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3D 가상현실 기법을 이용해 관람객으로 하여금 DMZ 안으로 들어가보는 경험을 선사하는 영상작업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정치적 도구화가 되어가는 DMZ 공간의 혼재성을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노순택 작가의 시리즈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스스로를 장면 채집자라고 부르는 노순택 작가는 사진이 단순히 사건의 현장을 보도하는 기록성을 넘어 동시대와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면서 자신만의 미학적인 프레이밍, 비판의식을 통해 사진과 미술을 넘나드는 작업을 보여왔다고 합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붉은틀>이라는 작품에서는 분단의 상황이 빚어낸 남한과 북한의 모습은 붉은 좌대를 가운데 두고 교차되는데, 서로 다른 듯 닮아있는 두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남북의 모든 산과 임진강을 형상화한 강익중 작가의 <금수강산>, 새의 깃털 조각이 산화철이 섞인 흙으로 이루어진 B-2 스텔스 폭격기의 그림자와 결합된 <우리에게 희망은 언제나 넘쳐나>, 남한과 북한의 선전 문구를 목판에 새겨 바닥에 펼쳐 놓은 탈북 작가 선무(가명)의 설치작업 <우리 식대로><평양의 자유>, 냉전기 소련과 미국의 우주 개발 경쟁과 땅굴 사건의 영상과 더불어 각종 리서치 자료를 보여주는 박찬경 작가의 <파워통로> 등 다양한 종류의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북한에 대해 가장 무관심한 세대인 10~20대가 바라보는 북한과 이번 전시에 대한 소감이 궁금해서 전시장을 찾은 한 남학생과 인터뷰를 해보았습니다. 이 학생은 전시에 큰 흥미를 느끼는 듯, 작품 하나하나를 천천히 감상하고 있었습니다.

 

Q. 평소에 북한 관련된 정보나 자료에 관심이 있었나요? 있었다면 주로 어떤 것이었나요?

A. 평소 북한에 조금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주로 수용소와 같이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시설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Q. 전시회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과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가장 인상 깊게 보았던 작품은 북한 유화 파트에 있었던 벼를 들고 있는 농부 그림이었습니다. 그 그림에서는 벼를 들고 있는 농부의 모습이 담겨있었는데, 사진이라고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농부의 모습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Q. 이번 전시회를 보고 북한에 관해 어떤 점을 느끼셨나요?

A. 북한 시민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이 삶을 열심히 살아간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Q. 오랫동안 분단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A. 미래를 위해 하루 빨리 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가지고 있는 오해를 푸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광복 70, 우리에게 아직은 미완의 광복이지만 이미 분단 1세대에서 분단 2세대로 넘어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번 전시는 우리에게 북한이라는 예술적 화두를 던져주었습니다.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 세대가 북한이나 통일에 대한 관심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이자 관람객들이 실제로 북한 미술을 입체적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남북 간의 긴장상태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요즘, 점점 동질성을 잃어가고 있는 남북관계에 다시금 평화가 찾아오길 바라면서 Friends of MOFA 6기의 김채린, 유승희가 전해드립니다.

 

이번 전시는 721일부터 929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진행된다고 합니다. 화요일에서 금요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그리고 매월 첫째, 셋째 화요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전시를 무료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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