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 / 녹둔도 영유권

 

제목 : [국제] 러시아 새 우주기지 극동으로 간 이유는
작성자 : 조병현 날짜 : 2016-06-02 조회수 : 173

 


푸틴 대통령의 동방정책 일환 블라디보스토크는 자유항 개발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소유즈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photo 러시아연방우주국
러시아 극동지역에 있는 아무르주의 우글레고르스크 인근에 거대한 우주기지가 건설되고 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8000㎞, 한반도에서 북쪽으로 730㎞ 떨어져 있는 이 우주기지의 이름은 보스토치니. 러시아어로 ‘동쪽’이란 뜻인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2007년 폐쇄된 러시아 전략로켓군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지였다. 북위 51도, 동경 128도에 있는 이 우주기지는 면적이 700㎢로 우리나라의 나로우주기지의 140배나 될 정도로 크다. 이 기지에는 2개 발사대와 각종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다. 인근에는 우주 기술자 3만5000명을 수용할 신도시도 건설되고 있다. 이 우주기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로 2007년 설계가 시작돼 2011년부터 본격적인 건설에 들어갔다. 러시아 정부는 지금까지 이 우주기지 건설에 4000억루블(7조원)의 예산과 연인원 1만여명을 투입했다. 현재 제1 발사대와 통제센터가 완공됐으며, 우주기지를 연결하는 115㎞의 도로와 125㎞의 철도도 건설됐다. 러시아 정부는 2018년까지 이 우주기지에 필요한 모든 시설의 건설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4월 28일 이 우주기지의 제1 발사대에서 위성들을 실은 소유즈 로켓을 처음으로 쏘아 올렸다. 소유즈 로켓은 3단계 분리에 성공했고 지구관측위성 아이스트-2D, 실험용 소형 위성 샘셋(SamSat)-218, 과학용 위성 미하일 로모노소프 등은 지구 궤도를 정상적으로 돌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직접 이 우주기지를 방문해 첫 로켓 발사 장면을 지켜봤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여전히 우주 발사 부문에서 세계의 선두”라면서 “앞으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러시아 우주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운용 중인 4개의 우주기지
   
   러시아가 모스크바에서 멀리 떨어진 한적한 극동지역에 새 우주기지를 건설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러시아는 그동안 카자흐스탄에 있는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주로 로켓 발사를 해왔다.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는 과거에는 옛 소련의 소유였지만 1989년 카자흐스탄이 독립하는 바람에 현재는 러시아의 소유가 아니다. 러시아는 카자흐스탄에 연 1억1500만달러(1300억원)를 지불하고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임대 계약은 2050년에 만료된다. 바이코누르 기지는 인류 최초의 우주기지이다. 옛 소련이 1957년 이곳에서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1961년 최초의 우주인인 유리 가가린이 탑승한 보스토크 1호를 각각 발사했다. 이곳에선 지금까지 2000여개 인공위성과 우주 화물선, 유인 우주선 등이 발사됐다.
   
   러시아는 현재 바이코누르 이외에도 북부 아르한겔스크주의 플레세츠크 기지와 군사용인 남부 오렌부르크주의 야스니 기지, 남부 아스트라한주의 카푸스틴 야르 기지 등 모두 4개의 우주기지를 운용하고 있다. 그런데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건설하고 있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러시아의 입장에서 볼 때 우주 개발에 필요한 각종 로켓들을 자국이 아닌 다른 국가의 우주기지에서 발사한다는 것은 자존심이 상당히 상하는 문제이다. 게다가 로켓 등 각종 우주 장비에 대한 비밀도 완전히 지킬 수 없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극동지역 개발을 적극 추진하기 위해서이다. 최첨단 우주기지가 극동지역에 있다는 것은 그동안 불모지나 다름없는 이 지역의 발전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우주기지가 2018년 완공되면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 대한 의존도는 크게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러시아 정부는 2010년 기준 65%에 달했던 바이코누르 기지에 대한 의존도를 2020년까지 11%로 줄일 방침이다. 러시아 정부는 2020년부터 전체 로켓 발사의 45%를 보스토치니 기지가 맡고, 플레세츠크 기지가 44%, 바이코누르 기지가 11%를 담당토록 할 계획이다.
   
   러시아 정부는 앞으로 우주강국의 위용을 되찾기 위해 2021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현재 개발 중인 최신형 앙가라 로켓에 탑재한 유인 우주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앙가라는 시베리아 동토 지역에 흐르는 강의 이름이다. 러시아 정부는 또 유인 우주선을 타고 2030년 이전에 달에 착륙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앞으로 위성 발사 대행 사업은 물론 달 탐사 계획 등을 통해 옛 소련 시절 우주대국의 지위를 회복하려는 러시아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극동지역 발판으로 아·태지역 진출
   
   푸틴 대통령은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첫 로켓 발사 성공에 힘입어 ‘동방정책’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21세기의 차르(황제)’라는 말을 듣고 있는 푸틴 대통령의 비전은 강한 러시아를 만드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를 위해 동방정책을 적극 추진해왔다. 동방 정책이란 극동지역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진출한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러시아는 동쪽이 막히면 서쪽으로 가고, 서쪽이 막히면 동쪽으로 가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러시아가 국가 문장(紋章)을 동쪽과 서쪽을 바라보고 있는 쌍두(雙頭)독수리로 정한 것도 바로 이런 전략을 상징한다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제정러시아는 1856년 크림전쟁에서 서구 열강에 패하면서 서남쪽으로 진출할 통로가 막히자, 동쪽을 공략해 1860년 청나라로부터 극동의 연해주와 블라디보스토크 및 사할린을 차지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이 동방정책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아·태지역이 경제의 중심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시아와 접해 있는 극동지역은 갈수록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둘째, 자원개발 때문이다. 극동지역은 자원의 20%만 개발되었으며 나머지 80%는 아직 손도 대지 않은 채 있다. 원유 21억t, 천연가스 10조4000㎥, 석탄 251억t 등이 묻혀 있다. 러시아 전체 에너지 자원 매장량의 20%에 달한다. 금, 주석, 니켈, 동, 알루미늄 등 각종 광물도 매장돼 있다.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생산지도 극동 사하공화국에 있다. 매장량만 4000만캐럿으로, 세계 매장량의 7%를 점유하고 있다. 게다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동토(凍土)가 녹으면 에너지 개발은 더욱 활기를 띨 것이 분명하다. 셋째,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미국 등 서방의 제재를 돌파하려는 목적 때문이다. 물론 극동지역이 지정학적으로도 중요한 전략요충지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에 따라 극동 개발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다. 러시아 정부가 오는 2025년까지 추진하고 있는 ‘극동·바이칼 사회·경제발전 프로그램’(국가프로그램 2025)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가운데 극동지역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하기 위해 ‘동방경제포럼(Eastern Economic Forum)’을 개최하기도 했다.
   
   극동·바이칼 사회·경제발전 프로그램은 총 3조5670억루블(연방예산 5366억루블 포함)을 투입해 2025년까지 42만7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크게 선도(先導)사회·경제개발과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 계획으로 나뉜다. 선도개발계획은 우리나라의 경제자유구역(FEZ)과 비슷한 개념으로 우선적으로 개발할 지역을 선정해 각종 행정·세제상의 혜택을 주면서 국내외 투자를 끌어들이려는 구상이다. 연해주의 나데즈딘스키(제조·물류)와 미하일롭스카야(농업), 하바롭스크주의 하바롭스크(식품가공)와 콤소몰스크(항공), 아무르주의 벨고로스크(농업)와 프리아무르스카야(제조업), 사하공화국의 칸갈라스(화학·건설), 추코트카주의 베링곱스키(석탄·항만), 캄차트카주의 캄차트카(관광레저·운송) 등 9곳이 선도개발계획 지역으로 지정됐다.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 계획은 블라디보스토크항을 비롯한 연해주 15개 도시를 자유항으로 지정해 해당 지역에 입주하는 기업은 세제, 고용, 행정 등 특혜를 제공해 기업투자를 확대하는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블라디보스토크가 태평양 함대의 모항임에도 불구하고 개방하는 조치를 과감하게 단행했다. 넓이 600㎢인 블라디보스토크는 육상으로는 시베리아철도 종착역이고, 해상으로는 북극해와 태평양을 잇는 교통요충지이다. ‘동방을 지배하라’는 뜻인 블라디보스토크는 1860년 제정러시아 당시 군사기지가 세워졌는데, 옛 소련은 군사기지가 있다는 이유로 외국인의 출입을 금지했었다. 러시아는 2012년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블라디보스토크에 대한 대대적인 개발 사업을 추진해왔다. 러시아가 이런 조치를 내린 것은 블라디보스토크를 홍콩·싱가포르처럼 만들기 위해서다. 러시아 정부는 자국 업체는 물론 한국·중국·일본 등 동북아지역 국가 기업들이 대거 입주해 주길 희망하고 있다. 특히 동해 쪽으로 항구가 없는 중국이 블라디보스토크에 적극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지린성은 러시아 연해주에 자국의 훈춘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고속철도를 건설하자고 제안했다. 훈춘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는 180㎞ 거리지만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지금은 차량으로 5시간이나 걸린다. 고속철이 건설된다면 1시간 정도면 갈 수 있다.
   
   
▲ 블라디보스토크의 야경.

   카지노 리조트 도시가 세워진다
   
   블라디보스토크 인근엔 카지노 복합리조트인 ‘티그르 드 크리스탈’(‘수정 호랑이’라는 뜻)도 지난해 10월 문을 열었다. 이곳은 연해주 최초의 카지노가 됐는데 마카오 도박산업을 일군 홍콩의 카지노 재벌 스탠리 호의 아들 로렌스 호가 투자했다. 이곳을 시작으로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지역에는 여의도 면적의 2배가 넘는 600헥타르 부지에 8개의 카지노 복합리조트가 2022년까지 들어설 계획이다. 이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블라디보스토크 일대가 마카오처럼 카지노 도시가 될 수 있다. 러시아 정부가 카지노 사업을 적극 후원하고 있는 이유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의 경제 제재로 돈줄이 끊어지고 국제유가까지 폭락한 상황에서 외화를 벌 수 있는 창구를 만들려는 의도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해 자유항으로 지정된 15개 도시는 연해주 남부에서 중국·북한 국경 지역에 이르는 3만4000㎢ 지역인데, 벨기에 면적에 맞먹는 크기이다. 자유항에 입주한 기업들은 5년 동안 소득세가 면제되고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 또 무비자 입국과 함께 통관 절차가 대폭 간소화됐다. 러시아 정부는 이 조치에 따라 오는 2025년까지 연해주 지역의 총생산이 2배 이상 증가하고 1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의 극동지역 개발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노동력으로 활용할 인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극동지역은 전체 국토 면적의 36%를 차지하고 있지만, 인구는 2014년 기준 623만명으로 러시아 전체인구 1억4367만명 중 4.3%에 불과하다. 특히 이 지역의 인구는 앞으로도 크게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감소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옛 소련 시절에는 극동지역의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거주 이전에 제한을 두었으나 소련 붕괴 후 더 이상 강제조치를 취할 수 없어 지역의 인구는 날로 줄어들고 있다. 반면 중국인은 대거 연해주로 몰려들고 있다. 연해주와 인접한 동북 3성의 인구만 하더라도 1억1000만명에 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에선 중국인이 극동지역을 접수할지도 모른다는 ‘황화론(黃禍論)’도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에 따르면 지난 10년간의 중국인 유입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2025년이 되면 중국인이 극동지역의 다수민족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따라 러시아 정부는 극동지역 인구를 늘리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월 2일 극동지역 거주민이나 이주민들 가운데 희망자들에게 1헥타르(3000평)씩의 토지를 무상으로 분배하는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극동지역에는 6억1400만헥타르의 국가 소유 토지가 있는데, 이를 이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나 이곳으로 이주를 원하는 주민들에게 나눠줘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5년간 무상 이용권을 주고 그 뒤 토지 이용 실적이 좋으면 완전히 사용자의 자산으로 해주든지 유료 임차할 수 있는 권한을 줄 계획이다. 오는 6월부터 분배가 시작될 토지에선 어떤 종류의 생산 활동도 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통해 극동지역에 대한 투자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월 6일 러시아 남부 휴양지인 소치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 쿠릴열도 4개 섬(일본명 북방 영토) 문제와 평화조약 체결 문제 및 경제 협력 문제를 논의했다. 두 정상은 영토와 평화조약 문제에는 이견을 보였지만 경제 협력에는 어느 정도 합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아베 총리로부터 극동지역 투자 확대와 오는 9월 ‘동방경제포럼’ 참석 약속을 받아냈다. 푸틴 대통령은 오는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만나 경제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러시아의 문호 표트르 도스토옙스키가 “아시아는 러시아인의 미래를 위한 최상의 출구”라고 말했듯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는 앞으로 동방정책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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