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적 100년 자료실

 

제목 : 무소유 짊어진 ‘거지성자’
작성자 : 조병현 날짜 : 2003-12-16 조회수 : 785
 

국내에 ‘거지 성자’로 알려진 독일인 페터 노이야르(63)가 서울에 왔다. 이번 방문은 1999년 자신의 이야기를 ‘거

지 성자’라는 책으로 펴낸 불교학자 전재성 박사와의 인연 덕분에 이뤄졌다. 그는 최근 팔리어로 된 초기 불교 경

전 ‘맛지마니카야’를 한글로 완역한 전박사의 완간기념 봉정식(12일 불교방송 대법당)에 참석한다. 8일 서울 조

계사 옆 산중다원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맨발에 낡은 스웨터 차림으로 시종일관 가부좌를 유지하고 “진리만

이 이 세상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다”는 철학을 전했다.



◇거지 성자의 철학=“내가 약탈당하고 싶지 않으면 남을 약탈해서는 안됩니다. 내 가족이 희생되는 것을 원치 않

듯이 다른 사람의 가족을 해쳐서는 안됩니다. 다른 이의 거짓말을 거부하려면 나부터 다른 이에게 거짓말을 하

지 말아야 합니다.”





노이야르는 이라크 전쟁 등 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것도 개인적·국가적 차원에서 당연히 지켜져야 할 도덕적 덕목

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며 “연료공급을 계속하면 불은 활활 타

게 마련이며, 연료를 차단해야 불이 꺼진다”고 전했다.





◇거지 성자의 생활=이름에 늘 ‘아나가리카’(팔리어로 ‘집없는 자’란 뜻)라는 말이 따라다니듯 23년 동안 무소유

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쾰른대 숲속 어느 나무 밑에서 살고 있는 노이야르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산책 후 숲속 야

생잡초의 잎을 따 먹는다. 2~3일에 한번씩은 근처 무기농 상점에서 버리는 음식을 얻어다 먹는다. 식사 후에는 

오후 9시까지 12시간 정도를 쾰른대 중앙도서관에서 불교·유교 관련 서적을 보며 공부하고 위파니사나 수행을 

한다. 그런 뒤 다시 숲속 나무 밑에 숨겨놓은 이불을 꺼내 잠자리를 만든다. 여분의 옷도 없고 15년 전부터 맨발

로 돌아다니고 있다. 하루 한끼 채식과 생식을 해왔고, 치약이 이를 상하게 한다는 말에 20년 이상 이를 닦지 않

았지만 2년 전부터는 치약 없이 칫솔질만 하고 있다.





“80년부터 노숙해왔지만 병에 걸리지 않습니다. 몇 년에 한번 감기에 걸리긴 하지요. 사람들은 안락하고 편안한 

생활을 위해 집을 짓지만, 그건 환경과의 조화를 차단하는 행위입니다. 자연과 차단되면 결국 몸에 병이 생기게 

됩니다.”





◇왜 수도자가 됐나=41년 독일 라인란트팔츠에서 태어난 그는 기술학교에서 측량기술을 배운 뒤 해군에서 3년

간 복무했고 제지공장에서 2년 동안 노동자 생활을 했다. 이후 프랑스에서 68년 유럽의 신좌파 학생이 중심이 

된 사회변혁운동인 ‘68혁명’을 체험하고, 영국 런던에서 선불교로 불교에 입문한 뒤 불교사원에 머물다 80년 독

일로 돌아갔다.





“60년대 말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가치관이 충돌하는 현장의 한가운데서 주변의 고통과 어려움을 해결하는 과정

에서 기독교적 사고로는 삶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키플링의 노벨문학상 수

상작인 ‘킴’을 읽고 불교에 빠져들었어요. 나중에는 번역판으로는 부족해 불교원전을 읽으며 불교의 근본원리를 

파악하려 애썼지요. 요즘도 한 문장을 하루종일 공부할 때도 있답니다.” 사랑을 강조하는 측면에선 기독교와 불

교의 뿌리가 유사하지만 사랑의 실천에 있어선 불교의 방법론이 훨씬 구체적이라고 덧붙였다. 석달 동안 서울과 

지리산 등에서 머물 노이야르는 “마음을 편히 하고 호흡을 하다보면 그 자체가 수행”이라고 말했다.





“일상생활 속에서 부처의 가르침을 사소하고 작은 것부터 실천하다 보면 놀라운 지혜와 영감을 얻게 되고 만족

감을 느끼게 될 겁니다.”



[속보, 인물] 2003년 12월 08일 (월) 18:51 



〈유인화기자 rhew@kyunghyang.com〉 



기사제공 : 경향신문


목록  
총 방문자수 : 5,736,844 명
오늘 방문자수 : 426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