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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아름다운 남자 9-시인 윤동주
작성자 : 조병현 날짜 : 2012-07-22 조회수 : 2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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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와 흔적 2006/07/04 00:11 유목민

어두운 시대 큰 빛으로 민족의 양심과 순결을 노래한 시인





윤동주의 생가



 

윤동주 시인(1917-1945)은 1917년 1월 30일 만주국 간도성 화룡현(일명 북간도)
명동촌에서 교사였던 윤영석과 목사 집안의 딸인 김용 사이에 장남으로 태어났다.


1910년 이후에 간도의 분위기는 독립운동과 민족 교육의 요람이요,
합방 이후 애국지사들의 총집합소이다. 이런 곳에서 공부하며 어려서 받은

기독교적 민족주의가 윤동주 생애에 지대한 영향을 준 것은 당연하다.


그의 시는 민족의 양심선언서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
그의 맑은 양심의 시 세계는 우리 겨레의 높은 이상향을 보여 주기에 충분하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서시'에서 보듯 그의 시를 읽고 있으면 절로 가을 하늘의 푸른 꿈을 꾸게 된다.




용정의 윤동주 무덤



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그의 시 세계를 그대로 요약한 제목이다. 하늘과 바람은 무엇이고, 별과 시는 무엇인가?


하늘은 그의 종교적 행복과 이상의 세계를,
바람은 역사의 시련과 어둠을 상징한다는 것을 우리는 쉽게 알 수 있고,

어두울수록 더욱 빛나는 별의 속성은 윤동주의 이미지를 암시하는 적격의 시어다.


어둠과 바람이 우리 창에 부딪치기 전

나는 영원한 사랑을 안은 채

뒷문으로 멀리 사라지련다.


이제 네게는 사람 속의 아득한 호수가 있고

내게는 험준한 산맥이 있다 「사랑의 전당」에서

 

윤동주가 중2 때 크리스마스이브에 쓴
'초 한 대'는 그의 처녀시라 할 수 있는데 이 시는 그의 시적 주제를 예고하고 있다.


……

초 한 대

내방에 풍긴 향내를 맡는다.


염소의 갈비뼈 같은 그의 몸,

그의 생명인 심지까지

백옥 같은 눈물과 피를 흘려

불살라 버린다.


나의 방에 풍긴

제물의 위대한 향내를 맛보노라
'초 한
대'에서


예수 탄생 전날 밤에 예수의 희생적 삶을 초 한 대에 비유하여
자신을 태워 어둠을 밀어내는 삶을 중2 소년 시절부터 벌써 꿈꾸고 있었던 그는

그의 마지막 시에 해당하는 '쉽게 쓰여진 시'에서도

역시 같은 순교자의 희생적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가느다란 몸이지만 자신을 태워 어둠을 밝히는 존재의 상징인 '초한대'는
윤동주의 처녀작으로 이 학교에 다닐 때 쓴 시이다.

그가 시인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데 전혀 모자람이 없다는 것은

이 시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시인 문익환과도 같이 다닌 학교 같은데...



……

시인이란 슬픈 천명 인줄 알면서도

한둘 시를 적어 볼까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쉽게 쓰여진 시'에서


윤동주의 시에 참 힘이 있는 것은
그가 늘 어둠과 죽음에 대해서 빛과 생명으로 승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

죽고 뼈만 남은

죽음의 승리자 위인들
'삶과 죽음'에서




윤동주 시비가 일본 교토(京都)의 교토조형예술대 캠퍼스에 건립됐다. 이곳은 시인의 도시샤(同志社)대 문학부 유학시절 자취방인 다케다 아파트가 있던 곳. 23일 시비 제막식에는 윤동주 시인의 여동생 혜원(81) 씨와 윤동주기념사업회 회장인 정창영 연세대 총장도 참석했다. 윤혜원은 어려서 같은 교회에 다녀 잘 아는 편이다. 그 집안의 특징은 말이 없다는 것이다.


 

 

윤동주의 서정시는 그냥 자연을 노래한 서정시가 아니라
늘 시대와 역사를 의식하면서 쓴 서정시라는 것이 기존의 서정시와 다른 점이다.


……

어둠 속에서 곱게 풍화 작용하는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魂)이 우는 것이냐
'또 다른 고향'에서


윤동주의 여성주의, 그 슬픔의 힘은 그 파급 효과가 크다.
육사의 시가 남성적 늠름함과 초인적인 기질이 있다면

동주 시인의 여성적 예민성과 종교적인 기질이 있다.

그 어느 것이 우월하다는 것보다 윤동주의 여성주의가 때로

육사의 남성주의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신비하다.


……

흰 수건이 검은머리를 두르고

흰 고무신이 거친 밭을 걸리우다.


흰 저고리 치마가 슬픈 몸짓을 가지고

흰 띠가 가는 허리를 질끈 동인다. '슬픈 족속'에서


역사의 새 아침을 기다리는 윤동주 시인의 저항 정신은
차원 높은 불굴의 신앙심에서 오는 것이다.



어둠이 아무리 길고 안간힘을 써도 동터 오는 아침을 막을 수 없다는 것

그 엄청난 믿음에서 오는 그의 불굴의 정신은 너무나 성스럽다.

동주는 시인의 민족애와 예수의 인류애를 이렇게 묶어 내고 있다.


……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그리스도에게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십자가'에서


 

 


예수의 심정으로 민족을 사랑하다 순교한 동주의 가시밭길은

'간'이라는 시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내가 오래 기르던 여윈 독수리야/와서 뜯어먹어라, 시름없이" 에서 시인은 절규한다.

'독수리여 나의 간을 뜯어먹으라고'


동주 시인의 아침은 태초의 아침이요, 묵시적 역사의 아침이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그의 묵시록은 "종점이 시점이 되고, 다시 시점이 종점이 된다"


죽어 가는 모든 것을 사랑해야지 '서시'에서 노래하고 있지만
그의 사랑은 어디까지나 자연과 우주 온 인간을 포함한 범우주적 사랑이다.


그의 내적 성숙과 범우주적 사랑은 밖으로 외치는 것 아니라
내심의 견고한 의지로 다스리는 것이었다.


'새 역사를 기다리는 최후의 나'는 개인적인 자아를 넘어 사회적 자아로
사회적 자아를 넘어 창조적․종교적․우주적 자아로 승화된다.

'또 다른 고향'에서 시인의 이상향은 이렇게 그려진다.


……

쫓기 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또 다른 고향」에서


'손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숨막히는 현실 가운데서
그가 시를 쓰는 것을 슬픈 족속의 혈서(유서)다.



그는 어두운 시대 '시인이란 슬픈 천명 인줄 알면서'

외롭고 힘든 시인의 길 십자가를 지고 가는 순교자의 길을 걸었다


그가 그리도 그리던 조국의 해빙과 광복을 위해 조국의 땅을 떠나
이국의 땅, 적국의 땅에서 옥사했다는 것은 인간적으로 볼 때

얼마나 처절하고 한스러운 일인가? 또 그 유족의 가슴에 목박는 일인가?



그러나 그는 결국 결코 그 시대를 슬퍼하지 않았다.

그는 죽으면서도 역사의 새아침이 오는 조국을 눈앞에 보고 있었다.


윤동주의 함께 9년간 같은 소학교․중학교에서 편린하며
소꿉 동무로 지났던 문익환은 윤동주를 능금처럼 익기를 기다렸다가 부끄러워하면서

아무것도 아닌 양 시를 썼다고 추억하고 있다.


윤동주의 동생 윤일주도 그의 형 동주의 또 다른 면을 말하고 있다.
"동주 시인은 축구 선수일 정도로 운동도 잘 했고 학교 성적에서 뜻밖에도

수학이 으뜸이었으며 특히 그는 기하학을 좋아했어요"라고.

그런 점은 동주 시의 치밀함과 관련이 깊다.


태초의 한국인의 마음을 다시 회복시켜 주는 시인 윤동주.
내면으로 조용하고 잔잔한 호수 같으나 그 밑에 흐르는

뜨거운 가슴과 열정의 물결이 내면에서 홍수처럼 흘러넘치는 시인 동주,

그는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하나의 빛이었다.


……

황혼이 바다가 되어

오늘도 수많은 배가

나와 함께 이 물결에 잠겼을 게요
'황혼이 바닷가 되어'에서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별 헤는 밤'에서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은'
이 한마디는 그의 시적 체취와

그만의 독특한 시적 분위기를 맛보게 하는 마지막 노래 같다.


별을 그렇게 노래하더니 시인 스스로 암흑기 최후의 별이 되었다.
새 역사를 잉태하기 위한 희생 제물로서의 자기실현의 비전을 여실히 드러내 보였다.

그는 우리 모든 이의 가슴에 살아 있는 영원한 민족의 시인이다.




 

시인 윤동주와 부친 김갑권은 연전 동기동창이다.


시인 윤동주와 부친 김갑권(1918-1970)은 연전 동창이었다.

그런 것을 알게 된 것은 1년 전이다.

윤동주의 동생 윤일주의 아들 윤인석은 나의 죽마지우

상가에서 만나 이야기 하다 연배가 같은 것을 보고

윤인석이 윤동주 졸업앨범을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부친의 사진이 있는지 확인요청

정말 그의 앨범의 부친의 사진이 있었다. 부친은 이과(화공학전공) 졸업
이런 기적이 어떻게 일어났을 수 있단 말인가!



부친이야기는 벌써 3번째, 윤동주와는 다른 길을 걸었지만

그는 1950년대 멋진 사나이 중 하나였음에 틀림없다.

그가 유언은 도울 수 있다면 남을 돕고 살라는 것...



 


 

스위스 유학시 제네바 레만 호수가에서 역광으로 찍은 부친 사진


 


부친이 방문했을지도 모르는 스위스, 독일 국경도시인 보덴제에서 동생이 작년에 찍은 사진

 




1956년 독일 유학 시 홈스테이 하던 식구들과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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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루시퍼 2006/07/04 10:43 

    댓글을 안달수 없게 만드시네요.
    언제나 정제되고 깔끔한 그래서 맛깔스러운 글...
    유목민 선생님 계신 자리라면 술 안마시고도 취할 듯 싶어요.
    ㅋㅋㅋ
    이구라 선생님 계신 자리라면 술 안마시고도 혼미해 질 듯 하구요....ㅎㅎㅎ
    그리구요. 이구라 선생님... 술을 병째 보내지 마시구요. PET병에 물을 비워내고 거기 술을 담아 보내시면 택배 가능합니다. 참고로 저희집 주소는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입니다.
    비가 오네요. 유목민 선생님, 그리고 이구라 선생님도 오세요.

    • 이구라 2006/07/04 15:06

      루거사님.... 근데 PET 병이 뭐예요????
      구라나 장난 아니라, 진짜 몰라서 묻는 검다.... ㅎㅎㅎㅋㅋㅋ....

    • 유목민 2006/07/04 17:49

      3인방이 페트술병이라!!!
      술과 시, 노래와 그림, 삶과 이야기 있을 것은 다 있네요. 구라님의 유머가 있으니 더 뭐가 필요없네요.

  2. 이구라 2006/07/04 15:12 

    전에 쓰셨던 글에서 뵜을 때도, 오늘도.... 전, 유목민님 아버님을 뵈면 왜 자꾸 <목마와 숙녀>의 박인환 시인 생각이 나죠????

    • 유목민 2006/07/04 17:45

      저의 아버님이 박인환을 생각한다. 너무 멋지게 보신 것 같네요. 어려서 한번은 집안에 도둑이 들었을 때 경찰이 잡았다고 했는데도 그냥 풀어주신 일화가 있어요. 인간에 대한 선의를 가지신 분 같죠. 아버지의 도움을 받았다고 해서 30년이 지난 지금도 돈을 보내주시는 분이 계시죠. 그런 면에서 보면 아버님을 결코 실패하신 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도울 수 있을 때 도우라는 것이 그분의 삶에 대한 태도였죠.

  3. 지시랑 2006/07/04 22:29 

    다녀가신 흔적 부여잡고
    일케 빼꼼~ 들여다 봅니다.

    익숙한 몇 분의 블로그만 다녔는데
    이렇게 알찬 이야깃거리들이 빼곡한 곳이군여...

    윤동주님을 업고 어설픈 졸업논문을 썼었는데
    이제는 기억속에 가물거려 속상합니다.
    그래서 유목민님의 이러한 따뜻한 눈높이에
    고마운 마음이기도 하구요.

    며칠 전, 중국에 다녀온 분으로부터
    윤시인이 친필로 쓴 '서시' 복사본을 한 장 선물받았어요.
    오랜만에 원고지를 대하는 마음도 짠했거니와
    그의 친필을 보믄서
    모습과 삶만큼이나 단아한 사람이구나...합니다.

    1941.11.20의 기록이더군요.
    지나갔으나 남겨진,
    남겨졌으나 떠나보낸...

    아래아래 첩첩으로 쌓인 '아름다운 남자'들...
    이런 걸 놓쳤으니
    내 머리 한 대 꽁~! 쥐어박음서...ㅎㅎ
    자주 들러 찬찬히 음미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반갑습니다...^^
     

    • 유목민 2006/07/05 10:21

      오랜 여행을 다녀 온 후 주신 편지 같습니다.
      윤 시인으로 논문까지 쓰셨다면 전문가이신데
      저에게 과찬을 보내시는군요.

      윤 시인이 자작시 끝에 날짜는 쓴 것은
      시대의 어둠을 밝혀보려는 시인의 역사적 인식이 아닌가 싶네요.
      과연 내가 시인으로서
      이 시대에 부응하고 있는가를 확인하듯이 말입니다.

      지조 높은 개는 시대의 어둠을
      짖어 몰아내려고 한 것이 아닌가 싶네요.

      식민시대 윤동주는 분단시대 문익환으로 부활하여
      그의 정신은 이어지고
      이제 통일 시대를 내다보면서
      윤동주와 문익환을 변증법적으로
      통일하는 시인의 도래를 기대해 봅니다.

      하여튼 좋은 글 고맙고
      시간이 나시면 종종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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