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義(안의) 사람 사는 이야기

 

제목 : [트래블]화림동 계곡 정자촌 경남 안의 첨부파일 : 다운로드[1]
작성자 : 조병현 날짜 : 2009-12-02 조회수 : 952

 

ㆍ다 부려놓게, 저 물소리 바람소리같이
ㆍ남천·경모·동호·군자·거연정

계곡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함양 거연정.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던 시절,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더위를 식혔을까? 옛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피서지는 숲 그늘 좋고 계류가 콸콸 흐르는 정자였다. 하서 김인후가 지은 소쇄원48영에는 ‘조담방욕(槽潭放浴)’이란 시가 실려있다. ‘못 물은 깊고 맑아 바닥이 보이는데/ 멱감고 나도 여전히 푸르구나….’ 선비들은 정자에 앉아 정자에 머물며 거문고도 뜯고, 시도 짓고, 그림도 그렸다. 뿐만 아니라 탁족도 즐겼고, 멱도 감았던 것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정자촌인 함양 화림동 계곡과 담양 소쇄원 일대를 둘러봤다.

동호정 앞은 너른 암반이 펼쳐져 있고, 물이 깊지 않아 탁족하기 좋다.
함양 화림동은 서울 경기권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다. 지리적으로 보면 함양은 지리산과 남덕유산을 끼고 있다. 벽촌이었다. 교통이야 불편했겠지만 산들은 높았고, 계곡은 깊어서 경관은 좋다. 과거에는 ‘좌안동 우함양’이라고 불리던 선비의 고장이었다. 자연도 좋고, 역사적 배경도 있었으니 정자문화가 발달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함양군에 따르면 크고 작은 정자가 80~100개 정도며 문화재로 지정된 정자와 누각은 8개라고 했다.

화림동 가는 길은 드라이브코스로 참 기분이 좋은 곳이다. 남덕유산에서 발원한 푸른 금천이 서하면을 지나 흘러내린다. 암반은 눈처럼 하얗고, 물은 푸르디 푸르다. 여기서 딱 한숨 자고 갔으면 좋겠다 싶은 곳에 영락없이 정자가 서있다.

계곡 아래서부터 보면 남천정, 경모정, 동호정, 군자정, 거연정이 차례로 나타나는데 이 중 동호정과 군자정, 거연정은 조선후기때 세운 정자들이다. 남천정과 경모정은 현대에 지은 것이다.

거연정은 두문동 72현 중 한 사람인 전시서를 기리기 위해 후손들이 세웠다. 두문동 72현이란 고려가 망하자 벼슬과 명예를 버리고 숨어든 72명의 선비를 뜻한다. 정자문화의 원류는 이런 고려 말의 전통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거연정 아래는 조선5현 중 하나인 정여창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군자정이 있고, 더 아래에는 장씨 집안에서 세운 동호정이 있다.

거연정은 계곡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정자로 경관은 가장 좋지만 탁족을 하기에는 조금 위험하다. 사람들이 많이 화를 당해서인지 입구에 익사사고 현황 올해 ‘0명’이라고 적혀있고, 정자 옆에는 구조용 튜브가 걸려있다. 거연정은 놀기 좋은 정자가 아니라 눈으로 보는 정자다. 군자정은 소박하지만 기품있는 정자다. 탁족하기 딱 좋은 위치에 서있는 정자는 동호정이다. 함양의 정자들에는 박물관처럼 ‘올라가지 마시오’라고 팻말이 붙어있지 않다. 음식만 먹지 않는다면 일반인들도 정자에 올라 선비처럼 쉬어갈 수 있다고 한다. 정자 중에서도 동호정은 꽤 재밌다. 일단 정자기둥을 보면 울퉁불퉁한 자연목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 동호정 2층 누각으로 오르는 계단 역시 통나무를 잘라 층계를 만들었을 정도로 투박하다. 미끈하게 깎아낸 기둥이 아니라서 눈길을 끈다. 남천정도 더위를 식히기에는 좋다. 정자가 바라다보이는 금천줄기엔 모래톱이 있었고, 딱 발 담그고 가기 좋았다. 돌다리로 이어져 있었다.

남천정은 근래에 지어진 정자이지만 산에 둘러싸여 있어 시원하고 풍광이 좋다.
정자에는 선비 얘기가 빠질 수 없다. 역사를 알면 정자도 다시 보인다. 일단 함양에선 김종직과 정여창을 빼놓을 수 없다. 김종직은 사림의 거두다. 그의 학파나 제자로 분류되는 김굉필, 이황, 조광조, 이언적, 정여창을 두고 조선의 5현, 즉 동방5현이라고 한다. 영남학파의 큰스승이다. 그가 함양 안의현감으로 재직 중 함양읍내 학사루에 걸린 유자광이 쓴 현판을 보았다. 이시애의 난에서 공을 세워 벼슬을 얻은 유자광은 사서에는 남이장군을 모함해 죽인 인물로 나온다. 김종직은 유자광이 쓴 현판을 떼내 버렸다. 유자광은 이를 당연히 못마땅하게 여겼을 것이다. 후에 그는 김종직이 쓴 조의제문으로 무오사화를 일으킨다. 세조가 단종을 죽이고 왕위를 뺏은 것을 빗댄 조의제문이 왕을 능멸한 것이라고 연산군에게 고해바친 것이다. 당시 김종직은 이미 사망한 후였지만 관을 꺼내 시신을 다시 참하는 부관참시형을 당했다. 함양 출신인 정여창은 이때 귀향을 갔고, 갑자사화때엔 부관참시형을 받았다. 갑자사화는 드라마에 숱하게 나왔던 연산군의 모친 폐비 윤씨에게 사약을 내린 사건이다.

함양에서 가장 이름난 정자는 2003년 소실된 농월정이었다. 하얀 암반에 달을 희롱할 정도로 아름답다는 조선중기의 농월정이란 정자는 안타깝게도 방화로 소실됐단다. 한밤중에 일어난 일이라 범인도 잡지 못했고, 함양군은 복원 계획만 세워두고 있다.

함양의 정자는 두 갈래로 나눠보면 좋다. 일단 화림동 계곡의 정자를 둘러보고 난 다음에 읍내에 있는 학사루, 함화루, 안의면의 광풍루를 함께 둘러보자. 화림동의 정자 대부분은 선비들의 후손들이 개인적으로 지었다. 학사루 등은 지방정부가 지은 것이다.

또 화림동 못미처 있는 김종직의 제자 김일손을 모신 청계서원, 정여창을 기리기 위한 남계서원을 곁들여 방문하면 된다. 읍내에는 최치원이 조성했다는 아시아에서는 가장 오래된 1100년 역사의 상림이 있다. 함양은 선비문화를 알 수 있는 역사 여행지로도 좋다.

길잡이

* 함양 = 화림동계곡은 대전 통영고속도로 서상IC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빠르다. 안의방면 26번 국도를 탄다. 거연정, 군자정, 동호정이 차례로 이어진다. 강 건너편에는 5.8㎞의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함양IC에서 빠져나올 경우 3번 국도를 타고 가다보면 국도변에 남계서원과 청계서원이 있다. 남계서원은 정여창을 기린 서원이다. 함양읍내에는 군청옆에 학사루가 있다. 군청 바로 옆에 상림이 있어서 산책하기 좋다. 현지 문화유산해설사가 소개한 맛집은 상림 인근 늘봄가든(055-962-6996). 오곡밥 정식을 판다. 8000원. 함양군 www.hygn.go.kr

* 담양 = 호남고속도로 서광주 톨게이트 못미처 담양·순천방향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타면 된다. 톨게이트에서 담양읍내로 가지 말고 고서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더 빠르다. 풍암정은 가사문학관 앞에서 환벽당 방면으로 다리를 건넌다. 다리건너 환벽당 쪽으로 좌회전하지 말고 계속 직진하면 왼쪽에 분청사기전시장이 나타난다. 비포장길로 조금 더 올라가면 바리케이드로 길이 막혀있다. 여기서 걸어서 2~3분만 가면 풍암정이다. 독수정은 소쇄원에서 식영정 반대방향으로 가면 이정표가 있다. 명옥헌은 창평방향으로 가야 한다. 소쇄원에서 식영정을 지나 광주호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명옥헌 이정표가 나타난다. 소쇄원과 가사문학관만 입장료를 낸다. 각 어른 1000원, 어린이 500원. 주차료 2000원. 담양한국가사문학관(061-380-2707) 소쇄원(061-382-1071). 창평 삼지천마을 일대는 슬로시티로 지정된 곳이다. 인근 창평재래시장에는 창평국밥집이 몰려있다. 따로국밥 6000원, 국밥 5000원. 담양군 www.damyang.go.kr


<함양 | 글·사진 최병준기자 b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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