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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북부지역 수해 복구 상황을 지켜보며
작성자 : 조병현 날짜 : 2016-10-17 조회수 : 162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6-10-14


         
   

북한 매체들이 연일 홍수피해 복구 성과를 선전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30일 함경북도 경원군 후석지구 '살림집건설전투장' 사진 등을 게재했다.
북한 매체들이 연일 홍수피해 복구 성과를 선전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30일 함경북도 경원군 후석지구 '살림집건설전투장' 사진 등을 게재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원래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잘 보지 않는데 요새는 시간이 나면 틈틈이 보게 됩니다. 저녁 8시부터 8시반 사이엔 북부지구 복구 현장이 방영되고 보도 시간에도 관련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냥 노래나 나오고 기록영화나 나오고 하면 재미가 없는데, 수해 현장 복구 장면은 다양한 장소와 인물들이 등장해 흥미 있습니다. 저는 집들이 얼마나 빨리 건설되고 있는지, 수해 상황은 어떤지, 일하는 사람들의 영양상태는 어떤지 이런 것을 관찰합니다.

일단 ‘이번 홍수가 정말 크긴 컸구나’ 하는 점을 북한 티비를 보면서 느낍니다. 연사, 무산 이쪽은 읍 쪽이 정말 쫙 밀려 없어졌더군요. 공사 속도는 제 예상보다는 빨랐습니다. 벌써 3층까지 올라간 곳도 있고 지붕을 씌우는 곳도 보였습니다. 물론 TV엔 제일 빨리 건설되는 곳만 골라서 보여주긴 하겠지만 아무튼 겨울까지 완성한다는 목표니까 올해 안에는 집을 잃은 사람들이 새 집에 입주할 것 같아 다행입니다. 그런데 TV에 나와 주먹을 불끈 쥐고 준비한 대본을 달달 외우는 사람들은 쩍하면 “적들은 피해복구 공사를 헐뜯고, 피해 복구가 빨리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지만 우리는 어쩌고저쩌고” 하는 말이 나오는데 한심합니다.

아니, 자기들이 어떻게 남조선 언론을 볼 수 있다고 헐뜯는지, 빨리 되지 않기를 바라는지 안단 말입니까. 저처럼 북한 TV나 신문을 보는 기자도 아니고 하루 종일 공사판에서 일하는 사람이 그럼 몰래 한국 라디오라도 듣는다는 말인가요. 이런 것은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피해 복구를 헐뜯는 보도나, 복구가 지연되길 바라는 한국 언론 보도는 저는 본 일이 없습니다. 어쨌든 동포가 큰 재난을 당했는데 그런 식으로 보도하는 언론이 있다면 여기 남조선 인민들부터 “너희는 무슨 심보를 가진 언론이냐”며 가만있지는 않을 겁니다.

저도 비록 북한 김정일 체제가 싫어서 탈북해 한국에서 기자로 있지만, 인민이 미워서 탈북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북한 수해 지역에 이왕이면 마을을 몇 개 맡아서 지어주라는 글을 썼습니다. 요즘은 식수가 오염돼 콜레라가 돌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는데, 그런 곳에 의약품도 지원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든 탈북자들이 저와 같은 생각은 아닙니다. 주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들이 북부 피해지역 주민들이 미워서 그러는 것도 아닙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여기서 쌀을 주면 군대부터 빼돌려 먹고, 약을 주면 중앙당 간부들부터 빼가서 팔아먹으니 반대하는 겁니다. 진짜 피해자들에겐 조금 생색을 내면서, 줄 때에도 장군님 만세를 부르게 합니다. 김정은이 위대해서 또는 선군 정치가 무서워서 남쪽에서 지원을 해준다고 선전합니다.

진심으로 도와주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렇게 선전에 이용해 먹고, 물자를 빼돌리고, 이런 식으로 신용이란 것을 조금도 보이지 않으니 주고 싶은 마음이 있겠습니까. 가뜩이나 수해가 났는데도, 물을 먹어 지반이 다 약해졌는데도 핵실험이나 해서 산사태를 일으키고, 오히려 남쪽을 협박할 생각만 하니까 감정이 있는 인간이라면 김정은에게 도움 주고픈 생각이 들 리 만무하겠죠.

저도 그런 것을 생각하면 지원해주자고 말할 생각이 사라집니다. 반대하는 탈북자들이 하는 말도 다 거기서 직접 살아보고 겪어본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니 일리가 있는 말이거든요. 얼마나 맺힌 것이 많으면 그러겠습니까. 다만 제 개인적 생각은 어쨌든 사람은 한번 죽으면 되돌릴 수 없으니, 김정은을 봐서가 아니라 죽어가는 동포들을 봐서 미운 맘 누르고 큰맘 먹고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빼돌리는 것을 다 아니까 빼돌릴 수 없는 것을 주면 좋겠다, 가령 남쪽 사람들이 직접 가서 마을을 몇 개 맡아 지어주면 집이야 들고 빼돌리지 못하겠죠. 또 쌀은 아무리 감시해도 줬다 뺏으니까 의약품을 직접 들고 가서 아픈 사람이 맞는 것을 보는 조건으로 지원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입니다.

그러면 김정은이 받지 않겠다고 할 가능성이 크겠죠. 안 받으면 말라죠. 남쪽에서 마을을 지어주고, 환자들을 직접 치료해주겠다고 하는데도 김정은이 반대하면 배부른 것이죠. 그리고 인민들에게 욕을 먹어야 할 일이죠. 남쪽이 직접 가서 하겠다고 하는 것은 과거 북한이 한 짓이 있기 때문에 요구하는 것이니 당연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런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야 말로 용기입니다.

40대 이상 된 사람들은 1984년에 남쪽에서 수해가 났을 때 북한에서 쌀 5만석, 그러니까 7800톤 정도고요, 옷감 50만m, 시멘트 10만t, 기타 의약품을 지원했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때 북한도 쌀이 없어 수입하던 시절입니다. 하지만 남북이 경쟁하던 시절엔 도와주겠다는 의사는 체제 우월감의 상징이기 때문에 북한은 전쟁 후부터 남쪽에서 재해만 나면 보내주겠다고 제안했고 남쪽은 거부했습니다.

그런데 1984년 남쪽이 덜컥 수용했죠. 북한은 이번에도 안 받을 줄 알았다가 갑자기 받겠다는 바람에 그걸 시한 내에 보내느라 예비물자가 거덜 났고, 그 후과는 오래갔습니다.

이듬해인 1985년 장세동 당시 안기부장이 정상회담을 논의하기 위해 평양에 가서 김일성을 만났을 때 “지원해줘서 고맙습니다” 했더니 김일성이 “받은 사람이 더 용감했습니다”고 대답했답니다. 제 생각에도 그때는 정말 받은 사람이 더 용감한 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엔 그 용기를 김정은이 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인민을 위한 일인데, 지도자라면 자존심만 앞세우지 말고 “남조선이 이번에 크게 좀 도와주시오”하고 먼저 손을 내밀면 어떨까요. 그래서 지원 받으면 좋고, 자존심 버리며 손 벌였는데 여기서 주지 않겠다고 하면 남쪽이 욕을 먹겠죠. 그런 외교적 감각을 김정은에게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무리일까요.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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