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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전문기자 칼럼] 두만강 너머 북녘의 가을
작성자 : 조병현 날짜 : 2010-09-26 조회수 : 1207


 




입력 : 2010.09.24 22:47






지해범 동북아연구소장





중국 도문(圖們)에서 두만강 하류를 따라 구불구불한 국도를 달리다 보면 몇백 m 폭의 강너머로 북한 땅이 손에 잡힐 듯 몇 차례 다가온다. 누런 옥수수밭 속에 띄엄띄엄 농가가 파묻혀 있다. 트럭과 버스, 승용차가 먼지를 일으키며 쉴 새 없이 달리는 두만강 이편과는 달리, 강 저편의 산하는 정적에 잠겨 있다. 마치 1950~60년대에 멈춰 서 있는 듯하다. 강 저편 논밭에서 벙커 모양의 시멘트 건물이 눈에 띈다. 전방 관측용 직사각형 창문이 있는 것으로 보아 군 초소임이 틀림없다. 저 초소에서 내민 총부리는 굶주림을 참다못해 차가운 강물로 뛰어드는 탈북주민을 겨냥할 것이다. 북한 사정에 밝은 연길 동포들에게 답답함을 토로해 본다.



―들판의 풍경은 이쪽이나 저쪽이나 비슷한데, 저쪽은 왜 그렇게 굶주리나요.



"옥수수 수확량이 중국보다 훨씬 못해요. 게다가 봄에 씨앗용 옥수수마저 먹어버려 경작 면적이 형편없지요. 군대도 식량이 부족해 난리래요."



―신의주 쪽은 시장도 활성화되고 형편이 나아진 듯하던데….



"신의주는 중국 물자가 평양으로 들어가는 통로지요. 다른 지역은 식량난이 심각합니다."



―탈북자는 좀 줄어들지 않았나요?



"탈북자는 계속 넘어오지요. 한국이 관심을 안 가질 뿐…. 특히 젊은 여성들이 '중국 가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인신매매단의 꾐에 넘어가 팔려오는 경우가 많아요. 인민폐 몇천원(한국 돈 몇십만원)에 중국 농촌으로 팔려가 고생하는 얘기를 들으면 가슴이 미어지지요."



차량이 도문-혼춘(琿春) 경계지역에 들어설 무렵 두만강 건너편에 높고 뾰족한 기념탑이 눈에 들어온다. 동행하던 사람이 "함북 온성군에 있는 조선노동당 제1차 대표대회 유적지"라고 했다. 그곳은 주변 지역과 달리 키가 큰 소나무로 둘러싸여 '신성한 곳'으로 꾸며져 있다. 국민을 배불리 먹이지도 못하고, 배고픔 때문에 국경을 넘는 주민에게 총을 쏘며, 외국에서 인신매매되는 자국민을 보호하지도 못하는 나라가 낡은 '이념'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었다.



중·북·러 3국이 교차하는 혼춘의 개발 붐을 확인하고 다시 도문으로 왔을 때, 북한 남양으로 이어진 도문대교 위는 중국 관광객들로 북적댔다. 그들은 손에 먹을 것을 들고 양국 경계인 교량의 3분의 1 지점까지 몰려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지난 8월말 중국을 방문하고 도문을 거쳐 돌아가던 김정일과 그의 아들 김정은은 이 광경을 보았을까? 북적이는 중국 쪽 다리의 3분의 1과 개미 한 마리 얼씬하지 않는 북쪽 다리의 3분의 2가 같은 시각, 같은 두만강 위에 공존하는 광경을.



김정일은 그때 도문역에 잠시 내려 환송하는 중국인들에게 "이 지역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장춘에서 열린 후진타오 주석과의 만찬에선 "중국 동북지구와의 교류합작을 강화하고 중국의 방식을 진지하게 연구할 것"이란 말도 했다. 그의 발언이 장길도(長吉圖·장춘·길림·도문) 계획을 추진하는 중국의 입맛에 맞추려는 '외교적 언사'가 아니었기를 바란다. 후 주석은 당시 김정일 앞에서 "자력갱생도 중요하지만 대외 합작도 없어서는 안 된다. 이는 반드시 거쳐야 할 길이다"고 강조했다. 개혁·개방 없이 두만강 너머 북한의 들판에 '풍요의 가을'이 오는 날은 요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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