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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눈 덮인 天山산맥을 지나면서
작성자 : 조병현 날짜 : 2011-01-25 조회수 : 842


 



















 













나는 어마어마한 雪山 덩어리를 내려다보면서 커피를 한 잔 하고 이미자와 조수미의 노래를 들었다. 1985년에 점보 조종실에 타고 지구를 일주할 때 맥킨리 頂上 가까이를 지나면서 마셨던 커피가 생각 났다.









趙甲濟   


















 인천 공항을 17일 오후 2시에 이륙한 대한항공 에어버스 A330-300기는 正西를 향하여 날아갔다. 자연히 맞바람을 많이 받았다. 시속 700~770km로 날았다. 동쪽으로 가는 여객기는 뒷바람을 받아 시속 1000km를 넘을 경우도 있다. 늦게 날아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늦게 날아서 그런지 흔들리지 않았다.

 

 나는 비행기를 탈 때는 늘 창쪽 자리를 달라고 한다. 바깥 경치를 구경하려고. 이번 비행 항로는 天山산맥을 넘어서 카자흐스탄을 지나 우즈벡에 도착하게 되어 있다. 天山산맥은 중국의 신강성과 중앙아시아 사이에 南西-北東 방향으로 뻗어 있다. 최고봉은 7000m를 넘는다. 천산산맥은 중국과 중앙아시아를 경계 짓는 장벽이고, 이슬람 문화권과 中華문화권(漢字-유교문화권)을 나눈다. 唐은 전성기에 天山산맥을 넘어 지금의 카자흐스탄과 우즈벡까지 진출한 적이 있으나 무섭게 팽창하던 이슬람 군대에 저지당하였다. 8세기 초의 일이다. 그 후 중국의 覇權(패권)은 천산 산맥을 넘은 적이 없다.

 

 중앙아시아는 유럽 및 중동과 함께 세계에서 전쟁이 가장 많았던 곳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세계에서 전쟁이 가장 적었던 곳이다. 한국의 역사가 戰亂으로 점철된 것이라고 과장하는 엉터리 학자들이 많다. 파출소 습격 사건 정도의 도발까지 전투와 전쟁의 범주에 넣어 한민족의 피해의식을 자극하여 얻는 게 무엇일까?

 

 인천~타슈켄트 航路는 서해-북경-고비사막 남부-타클라마칸 사막-신강성-천산산맥-카자흐스탄 남단-타슈켄트로 이어진다. 중국의 북부를 횡단하는 코스이다. 인천공항을 출발한 지 세 시간을 지나 창밖으로 내려다 본 경치는 삭막하고 황량하다. 흑백 사진 같다. 검은 돌산, 눈 덮인 사막, 얼어붙은 강줄기.

 2000년 전 이 曠野는 흉노족의 무대였다. 인종적으로는 몽골-투르크족이다. 신라를 세운 金씨를 흉노족의 후예로 보는 학자들이 적지 않다.

 

 몽골-투르크족은 이 가혹한 자연환경에서 생존하는 법을 배웠다. 평화시엔 목축과 수렵, 戰時에는 騎馬戰法.

 흉노족은 서기 3세기부터 말을 탈 때 발걸이(鐙子)을 사용, 몸을 안정시키고 馬上에서 활을 쏠 수 있었다. 이 騎射의 戰法은 탱크나 전투기의 도입처럼 전쟁 기술에 획기적인 영향을 끼쳤다. 騎馬戰法을 익힌 몽골-투르크족은 (17세기부터) 소총이 보급되기 전까지 1천 년 이상 유라시아 대륙을 석권하였다. MT(몽골-투르크[돌궐]족)는 인류역사상 가장 오래 군사적인 패권을 유지하면서 수많은 나라를 부수고 세운 민족이다.

 

 

 징기스칸의 세계제국, 오스만 투르크 제국, 淸, 무갈제국, 이집트의 맴루크 王朝 등 세계사에 굵은 발자취를 남긴 나라들은 MT 계열이다. 세계사는 말을 잘 탄 사람과 배를 잘 모는 민족이 주도하였다. MT세력이 세력이 중동에서 일어난 이슬람과 페르샤(이란), 그리고 러시아와 각축하였던 무대가 중앙아시아이다.

 

 중앙아시아는 동서남북으로 연결된 공간이므로 각양각색의 인종, 종교, 이념, 문화가 충돌하고 섞이고 녹아든 곳이다. 몽골-투르크족, 이란족, 중국 漢族, 아랍인, 인도인, 그리스인, 러시아 백인, 이슬람, 기독교, 유교, 불교, 힌두교, 王政, 공산주의, 자본주의 등등. 아프가니스탄을 무대로 한 최근 두 차례 전쟁(소련의 침공과 미군의 탈레반 소탕전)도 이런 역사적 배경 속에 있다.

 

 내가 탄 여객기가 天山산맥을 지날 때는 사람들이 창의 가리개를 내리고 잠을 잘 때였다. 높이 5000~7000m급의 눈 덮인 산맥 위를 두 시간쯤 날았다. 칼날 같은 능선들이 비행기를 찌를 듯 솟아 있었다. 책상처럼, 시루떡처럼 위가 잘려나간 산들도 있었다. 천산산맥은 곤륜산맥, 히말라야, 알프스, 피레네, 맥킨리(알라스카) 산맥처럼 비행항로에 있어 날씨가 좋고 낮이면 환상적인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나는 어마어마한 雪山 덩어리를 내려다보면서 커피를 한 잔 하고 이미자와 조수미의 노래를 들었다. 1985년에 점보 조종실에 타고 지구를 일주할 때 맥킨리 頂上 가까이를 지나면서 마셨던 커피가 생각 났다.

 

 하나 아쉬웠던 것은 機長과 승무원들이 이 기 막힌 경치를 승객들에게 알리지 않은 점이었다. “우리는 지금 천산산맥 위를 날고 있습니다. 창 가리개를 올리고 天上의 절경을 감상하여 보십시오”라고 하면 무료하게 낮잠을 자던 이들이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미국 기장들은 명소를 지날 때 그런 안내를 하곤 한다.

 

 인천공항을 출발한 지 7시간 반 만에 타슈켄트 공항에 닿았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도시 모습으로도 이 나라가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시간 30분 정도 머물렀다. 1996년에 카리모프 대통령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그는 朴正熙의 개발 모델에 관심이 많았다. 목화, 천연가스 등 자원이 많은 우즈벡이지만 이슬람 과격파의 존재, 장기집권 등 문제가 많다. 이슬람 국가가 박정희 모델을 따르는 것은 어렵다는 한 증거이기도 하다.

 

 밤중에 다시 타슈켄트를 이륙한 대한항공기는 5시간15분을 날아 카이로에 닿았다. 그루지아를 지날 때는 눈 덮인 山野 속에서 빛나는 도시의 불빛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카이로 공항은 번잡했다. 지금이 관광 시즌이다.

 호텔에 들어가는데 공항의 검색대 같은 곳을 또 지나야 했다. 1981년 10월 사다트 대통령이 암살되고 무바라크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사실상의 계엄통치가 이어지고 있다. 카이로는 인구가 2300만 명이다. 이집트의 인구는 공식적으론 7600만 정도로 발표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8500만 명이라고 한다. 주민등록에서 빠진 인구가 900만 명 정도라는 것이다.

 약100만 평방킬로미터의 國土이지만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은 나일강 주변의 약5만 평방킬로미터이다. 실질적인 인구밀도는 한국보다 높다.

 

 카이로는 중동에서 정치적 영향력, 문화적 깊이, 역사적 사건의 量, 그리고 도시규모에서 터키의 이스탄불과 경쟁한다. 모든 면에서 거대한 도시이다. 시간, 공간, 문화, 다양성, 도시를 무대로 하여 벌어졌던 세계사적 사건들의 드라마틱성 등을 종합하면 ‘세계제1의 도시’일지 모른다.

 









[ 2011-01-18, 12:54 ] 조회수 : 1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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