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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취재후> 남의 땅으로 대출을?…‘봉이 김선달’식 사기
작성자 : 조병현 날짜 : 2015-06-05 조회수 : 565



    • 입력2015.06.05 (06:04)
    • 수정2015.06.05 (07:47)
  • 인터넷뉴스

         





             
    • 내 땅이 나도 모르는 사이 다른 사람의 땅이 돼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그리고 그 땅을 담보로 대출까지 이뤄졌다면, 황당함을 넘어 무섭기까지 할 것 같습니다. 상식적으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싶지만,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서울에 사는 47살 민 모 씨가 소유한 땅은 경기도 화성시에 있었습니다. 3만 제곱미터 규모의 땅인데,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에 있어 다소 황량하게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경찰은 이 땅의 감정평가금액이 20억 원에 이른다고 귀띔해줬습니다. 민 씨는 지난해 4월쯤 무심코 등기부 등본을 떼어봤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이 땅의 소유권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 있었던 겁니다. 자신은 땅을 팔기는커녕 매매하겠다고 내놓은 적도 없는데도 말입니다. 심지어 등기부 등본에는 자신이 17억 원에 그 땅을 판 것으로 적혀있었습니다. 놀란 민 씨는 경찰을 찾습니다.



      처음 이 사건을 접하고 가장 궁금했던 건 도대체 어떻게 땅 주인도 모르게 소유권이 넘어갈 수 있었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등기부 등본을 조작한 게 아니었다면 정상적인 절차를 밟았다는 건데, 땅 주인도 모르게 소유권을 넘겨받는 절차가 '정상적'일 수는 없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범 82살 정 모 씨가 쓴 수법은 이랬습니다. 바로 '땅 주인이 아닌 땅 주인'에게 소유권을 넘겨받는 것이었습니다.



      정 씨는 실제 땅 주인 민 씨가 아닌 제3자를 민 씨로 둔갑시킵니다. 방법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위조책을 통해서 민 씨의 주민등록증을 위조한 겁니다. 민 씨의 주민등록증에 있는 민 씨 사진을 공범의 사진으로 바꾸는 순간, 이 공범은 민 씨가 됩니다. 위조된 주민등록증 하나로 정 씨는 땅 주인을 만나지 않고서도 땅 주인과 거래를 할 수 있게 된 거죠. 물론, 그 거래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하게 되는 겁니다. 부동산 거래를 위해 필요한 인감증명서도 감쪽같이 위조했습니다. 위조한 증명서인데도, 용지 자체는 실제 인감증명서에 사용되는 것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주민등록증과 인감증명서를 위조하는 데만 3천만 원이 들었다고 하는데, 이 역시 다른 사기 사건으로 벌어들인 돈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입니다.

      정 씨가 큰돈을 들여가며 위조에 공을 들인 건, 더 큰돈을 노렸기 때문입니다. 공범과 함께 법무사를 찾아간 정 씨는 둘 사이에 토지 거래를 할 것이라며, 위조한 인감증명서에 가짜 계약서 등을 내밉니다. 그리고는 소유권 이전과 근저당권 설정 등기 절차를 밟아달라고 요청합니다. 법무사도 공범이 가짜 땅 주인이라고는 생각지 못했고, 등기소 역시 이들이 만들어 낸 위조서류를 알아채지 못한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해 3월 이렇게 민 씨의 땅은 법적으로 정 씨의 것이 되었고, 정 씨는 이 등기부 등본을 바탕으로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습니다. 그 금액이 자그마치 10억 원에 이릅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정 씨를 사기와 공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해 검찰로 넘겼고, 검찰은 정 씨를 기소했습니다. 그렇다면 땅은 어떻게 됐을까요? 원래 땅 주인인 민 씨는 소송을 통해서 땅의 소유권도 되찾고 근저당권도 없앴습니다. 피해를 떠안은 은행은 등기소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위조된 인감증명서 등을 등기소가 가려내지 못해 소유권이 넘어갔기 때문에, 등기부 등본만 믿은 자신들은 피해자라는 겁니다. 정 씨가 어떤 벌을 받게 될지, 또 '봉이 김선달'식 사기 피해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모두 법원에서 판단을 받게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을 접한 주변 사람들의 공통된 반응을 전해드립니다. '나도 등기부 등본 한 번 떼봐야겠네.' 네, 저도 여러분의 땅이 안전한지 한 번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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