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기창 (대한지적공사 인천본부 팀장)

최근 정부는 2030년까지 1조2천억원을 들여 지적선진화 사업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적도상 경계와 실제 경계가 집단적으로 불일치하는 지적불부합지역의 정비도 병행할 계획이다. 지적재조사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통과하여 낙후된 지적제도에 따른 많은 문제점들을 풀어갈 계기가 시작된 것이다.



필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환영과 지지를 보내며 지적업무에 몸담은 한 사람으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는 동시에 다시금 우리의 지적제도를 돌이켜 보게 된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지적도, 임야도는 부끄럽게도 100년 전 일제시대에 세금 징수와 토지 수탈을 목적으로 작성된 종이 지적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너무 많다. 당시 일제가 1910년 한일병합 당시 한반도가 아닌 도쿄(東京)를 원점으로 낙후된 기술력과 측량장비로 서둘러 우리 땅을 측량하다 보니 오류가 많았고 그나마 있던 지적도마저 광복과 한국전쟁 국토개발 등 사회격변기를 거치며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종이로 작성된 지적도는 온도 습도에 약해 마모·변형·멸실되었으며, 측량기준점 망실, 국토의 변형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이로 인해 현실 경계와 도면상의 경계가 맞지 않아 토지분쟁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유발되고 재산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이른바 지적불부합지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기준점 오차로 인한 건설공사 및 지도제작의 부실은 물론 지적정보가 정확하지 않아 우리 국민들은 해마다 9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측량비용을 치르고 있으며 토지분쟁에 따른 소송비용 역시 연간 수천억원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여 1994년부터 대한지적공사와 함께 지적재조사에 대한 연구와 실험사업을 시작으로 전면적인 토지조사사업을 추진했지만 가시적인 효과가 큰 대형 국책사업에 정책우선순위에서 밀려 번번이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작년부터 국토해양부는 주요 국책사업으로 지적선진화를 추진했다. 우리 국토를 정확하게 다시 그리는 일에 우리 공사도 많은 지원과 노력을 기울였다. 따라서 지적재조사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통과하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대만은 이미 새로운 지적제도 도입을 완료했고 일본도 50%가량 지적재조사 사업을 진행했다.



지적선진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역사적 과제다. 마지막 남은 일제잔재 청산과 지적주권 회복에 그치지 않고 100년 만의 지적제도 구축과 해외 수출, 공간정보산업 진흥,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현재의 낙후된 지적정보는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공간정보산업의 진출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현재 공간정보산업은 초기 단계이지만 세계 공간정보산업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시대적 흐름에서 우리가 우위를 차지하려면 기본정보인 지적공간정보가 정확해야 하며 표준화되고 상호 연계가 되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지적선진화사업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정확한 국토정보를 갖는 일은 국가의 자존심과 국격 제고와도 관련된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국토의 스마트화를 통해 공간정보산업의 진흥을 열어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무궁무진한 자산이 될 미래 사업이기도 하다. 더 이상 종이 지적도로 인해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국민의 재산권이 침해되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이런 연유에서 지적선진화 사업은 국가 인프라를 선진화된 기반으로 구축하는 핵심사업으로 우리 땅의 역사를 새로 쓰는 지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