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지적제도

 

제목 : “통일 후 평양 주민은 땅 소유권 주장할 수 있을까?”
작성자 : 조병현 날짜 : 2010-12-10 조회수 : 1091


전문가 그룹 중심으로 통일 이후 각종 법제도적 문제 조명

“충분한 대응 없으면 북한 놓칠 수 있다” 우려 나와




 




 




평양 시내의 모습. ⓒ연합뉴스


평양 시내의 모습. ⓒ연합뉴스




“당신이 평양 시내에 사는 북한 주민이라고 생각하라. 흡수통일이 돼 남한 사람이 나타나 ‘내 땅이니 나가라’고 한다. 못 나가겠다고 하니 ‘그럼 2년 동안 살게 해주겠다’며 채권적 권리를 인정해주고 살던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한다. 과연 당신은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통일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총론적 접근보다 각론적 접근을 통한 실질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25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독일 통일의 법제도적 재조명’이라는 주제의 학술 포럼은 이 같은 ‘각론’에 충실하기 위해 아시아사회과학연구원(이하 아사연)에서 마련한 자리였다. 통일을 가정해 발생할 수 있는 법과 법의 충돌을 충분히 예상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유권 분쟁이나 재산권 행사에 관해 구체적인 분석과 함께 원칙을 정하는 식이다.



이날 포럼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각종 법 전문가들로 20년 전 독일의 통일에서 드러난 갖가지 제도와 규칙, 법의 충돌에 대해 다양한 고민을 풀어냈다.



최병규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단적으로 공산체제의 지배가 사라지면 원래의 소유주들이 소유권을 주장할 것이라고 말하며, “이 과정에서 남북은 치열한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미 독일에서 경험한 일”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포럼은 전반적으로 독일의 과정을 반추하며 향후 한반도가 겪게 될 다양한 문제를 끄집어내는 식으로 진행됐다.



그렇다면 왜 굳이 독일이어야 할까.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국회 한독의원친선협회장을 맡고 있는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은 “가장 평화적인 방법으로 통일 됐다는 점에서 벤치마크 해야 할 첫 번째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지구상에서 시장경제와 사회질서로 나뉜 체제가 통일된 예는 베트남과 예멘이 있지만 양국 모두 전쟁으로 피를 흘린 후 통합이 이뤄졌다.



반면 독일은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기초로 흡수통일을 이뤄냈다.



두 번째 이유는 독일 통일 과정에서 사유재산권 처리나 재산권 보장을 둘러싸고 극심한 부작용이 있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고 권 의원은 말한다. 냉정하게 비용대비 효과를 분석하지 않고 정치적 원칙을 정리하면서 혼란이 계속됐고 통일 비용이 크게 늘었다. 이를테면 남북이 통일할 때는 바로 이런 모습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것이 권 의원의 설명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장병일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민법 교수는 남북의 토지에 대한 개념이 전혀 다르다고 지적하며 이른바 ‘토지 이용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독일의 경우 통일과 함께 투자자들이 동독으로 물밀듯이 들어갔다. 하지만 통일을 대비해 세워 놓은 법과 실상의 괴리는 엄청났고 이는 경제 불황으로 이어졌다. 가장 큰 문제는 동독의 토지에 대한 법적 체계였다.



구동독은 토지 소유권이 국가에 귀속이 되고 인민은 다만 이용권에 근거해 토지 위에 집을 짓거나 상가를 짓는 식으로 권리를 얻었다. 구동독의 소유제도는 서독과 전혀 달랐던 것이다. 게다가 독일에서는 토지의 본질적 구성 요소 중에 건물이 포함되기 때문에 만약 실질적인 토지 소유자가 나타나면 그에게 땅은 물론 땅 위에 지은 집이나 상가까지 내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윤철홍 숭실대 법학과 교수에 따르면 통일이 이뤄진 1990년부터 1995년 사이 독일에서 발생한 토지 관련 분쟁 소송은 400만 건에 달한다. 당시 상황이 얼마나 복잡했는지는 소송 건수만으로도 짐작이 가능하다. 이른바 ‘가옥투쟁’이 발생할 정도로 독일 사람들은 자기 집을 소유하기 위해 많은 분쟁과 투쟁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사실상 북한의 민법을 보면 동독과 흡사하다. 북한에도 (토지)이용권 제도가 존재하는데 우리나라 법제에서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가 숙제다”고 말하며 “다행히 우리나라는 토지와 건물이 따로 등기가 존재하기 때문에 북한의 이용권을 인정할 수 있는 여지가 독일에 비해 수월하다”고 덧붙였다.


 




이장희 아시아사회과학연구원 원장이 포럼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한국


이장희 아시아사회과학연구원 원장이 포럼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한국




상법적 측면에서 통일을 내다 본 최병규 교수는 “독일 통일에서 목격한 특정산업의 몰락과 이에 따른 구조적 실업의 심화, 인플레이션 등의 현상이 한반도 통일시 우리 통일경제도 겪어야 할 과정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가능하면 여러 형태의 충격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그 대책 중 하나로 독일에서 실행된 신탁청의 역할과 의의에 대한 역할을 꼽았다. 남북통일이 이루어질 경우 분한지역에 산재한 국유재산을 관리하고 처분할 수 있는 기관 설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독일 신탁청에 인원 파견을 통한 현장학습을 기초로 전문가를 양성하는 준비작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금부터 북한지역의 산업재산현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신탁청의 초기 업무가 방대한 규모의 국유재산에 대한 실태조사였는데 이것이 느리게 진행되면서 업무추진에 혼선이 초래됐기 때문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일 통일이 주는 시사점 중 하나가 통일 준비의 체계적 일관성과 관련 기관과 단체 등의 유기적 협조다”고 말했다. 통일과정은 정치분야뿐 아니라 경제, 노동, 환경, 외교 군사 등 수많은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각 분야의 구체적인 통일 지침이 마련되는 것은 물론 이것들이 서로 체계적인 일관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아사연 원장을 맡고 있는 이장희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앞으로 통일에 관해서는 탈북자 국적 문제, 재외동포 국적 문제 등이 있는데 과연 우리의 정당성을 대한제국에 둬야 할 것인지 어디에 둬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박재승 전 대한변협회장은 충분한 준비 없이 시간만 보내다가 통일하지 못하고 북한 체제가 붕괴할 경우 북한을 잃을 수도 있다고 강조하며 북한 주민의 생존권과 인권에 적극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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