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아문

 

제목 : [매경의 창] 주택정책과 토지공개념
작성자 : 조병현 날짜 : 2016-06-02 조회수 : 106

 

     
기사입력 2016.05.26 17:19:32 | 최종수정 2016.05.26 17:3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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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과거를 되짚어 보면 여러 분야에서 참으로 기적 같은 변화들이 있었지만, 주택 분야도 예외가 아니어서 주거 수준의 양적, 질적 개선은 괄목할 만하다.

1970년 전국의 주택은 436만호였는데 2010년 1388만호(집계 방법에 따라서는 1734만호)로 증가했다. 1가구 및 1인당 주거면적은 같은 기간 각각 2배와 3배로 늘었다. 1980년에 온수시설이 있는 가구가 열 집 중 한 집이었고, 수세식 화장실이 있는 가구가 다섯 집 중 한 집이었지만, 이제는 모두가 현대식 설비를 누리고 있다. 1990년에 26%의 가구가 단칸방에 살았지만, 그 비율은 7.5%로 감소했다.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이런 성과를 부러워하고, 그 비결을 배우고 싶어 한다. 필자도 KDI가 주관하는 지식공유사업의 일환으로 몇몇 국가의 주택정책에 조언할 기회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가를 묻는 연구들을 주로 하다가, 우리나라가 어떻게 성공했는가를 설명하려는 시도는 거의 생소한 일이었는데, 필자 나름의 답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시장의 힘을 주택건설에 효율적으로 활용하였다. 정부는 경제건설에 매진하느라 주택 부문에 재정이나 금융자금을 투입할 여력이 없었고, 그 대신 거대한 숫자의 신흥 중산층의 자금이 아파트 건설에 투입되도록 하였다. 중산층 가구들은 자신들의 내 집 마련 꿈을 이루었고, 그 과정에서 현대식 설비를 갖춘 아파트 수가 획기적으로 늘었다.

둘째, 아파트 건설을 위한 토지 매입과 보상, 기반시설 투자, 주택건설과 공급 등의 과정이 공장에서 컨베이어벨트 돌 듯 일사불란하게 진행되었다. 단계마다 적용되는 법령과 행정체계, 공기업 및 금융회사들의 역할이 적절히 구조화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셋째, 공공 부문에서 주택건설에 필요한 용지를 싸게 매수, 수용하여 원토지 소유자들은 개발이익을 향유할 수 없도록 하였다. 그 덕분에 각종 기반시설을 설치하고도 주택 분양가를 낮게 책정할 수 있었다.

사익에 대한 공익의 확고한 우위를 전제로 하는 이런 개발방식이 1980년에 제정된 택지개발촉진법에서 구체화된 것은 의미심장하다. 당시는 정상적인 입법부 기능이 정지되고, 국가보위입법회의가 입법권을 가지고 있었던 때이다.

개발도상국의 입장에서 보면, 경제가 꾸준히 성장한다는 전제하에 첫째, 둘째 접근법을 채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국민의 소득이 늘면 좋은 집에서 살고 싶은 욕구가 자연스럽게 뒤따르게 마련이고, 중산층 가구들이 이를 위해 많은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셋째 대안을 수용할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다른 나라에서도 공공사업을 위해 토지를 매수, 수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우리나라처럼 공공사업의 범위를 확장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신도시를 개발하면 대부분의 토지에 민간이 소유하고 이용하는 주택, 상가 등을 짓는데, 과연 이런 사업을 공공사업이라고 볼 수 있느냐가 쟁점이다.

또 정당한 보상을 한다면서 개발이익을 배제한 가격으로 보상해주는 것 역시 다른 나라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1980년대 말 토지공개념을 도입하느니 어쩌니 떠들썩했지만, 사실은 이미 공개념이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토지소유자들의 잠재적 개발이익을 활용하여 주택원가를 낮추고 그 이익이 소비자에게 돌아가게 하는 제도가 1980년부터 확립되어 있었다.

이런 개발 방식이 위헌 판결을 받지 않고 그 적용 범위를 넓혀온 것은 공익의 우위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국민의 태도를 반영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이 대규모 토지개발, 주택건설을 빠르게 추진하기 어렵다. 그러나 남북통일이 되어 북한 지역의 개발수요를 충족시켜 갈 때에는 이러한 개발 방식이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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