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 / 나의 도전

 

제목 : (6) 노란색 꽃망울을 머금은 금마타리의 꿈
작성자 : 조병현 날짜 : 2010-03-21 조회수 : 887


 



먼저 벌금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할까 한다. 화장실 입구에 그림과 같이 간판이 서있다. 내용은 금강산의 자연환경보호를 위해 외국에서 특수 제작된 위생처리 봉투를 직수입하여 사용하고 있으므로 부득이하게 화장실 이용을 유료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생처리봉투는 사용 후 수거하여 자연분해 되도록 특수처리 된 것으로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구입원가가 6$, 판매가 4$이다. 판매가에 대한 차액 2$는 현대아산에서 부담한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따라서 남자는 서서 일을 보는 반면 여자는 앉아서 일을 보기 때문에 위생처리 봉투를 사용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4$를 내도록 되어 있다. 사용한 위생봉투는 븍측 관리인이 수거하여 가지고 내려와 처리하니까 관광객과 현대에서 봉투 비용을 나누어 분담하고, 북측에서는 위생봉투 처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조별로 줄을 지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앙지대와 금강문, 옥류담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오늘도 황사현상으로 먼 곳의 산봉우리까지는 보이지 않지만 금강산 경치를 감상하는데는 별 지장이 없는 날씨다. 싱그러운 풀내음을 맡으면서 앙지대에 도착하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지리산, 한라산, 설악산 등 남한의 명산은 다 둘러보았지만 어디 이 곳에 비할고! 완전히 계곡속에 파 뭍혀 정신을 빼앗겼다. 깍아질 듯 서있는 바위 사이로 끈질긴 생명력을 가꾼 괴목들, 거울같이 맑은 섬섬옥수, 병풍처럼 펼쳐진 계곡미와 여러 짐승 모양을 한 기이한 바위들 이곳 앙지대의 경관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가이드가 앙지대의 아름다움에 대한 전설을 들려주었다.



 



금강산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먼 옛날, 세상에 사는 많은 사람들과 짐승들도 천하절경이라는 소문을 듣고 금강산을 찾았다. 그 중에는 코끼리, 거북이, 도마뱀, 악어도 있었다. 금강산 입구에 온 동물들은 금강산의 1만2천 봉우리의 아름다운 경치를 다 보자면 비로봉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모여 앉아 의견을 나누었다. 코끼리는 힘이 세기 때문에 비로봉에 올라 갈 수 있다고 했고, 악어는 물줄기를 타고 올라 갈 수 있다고 했으며, 거북이는 동작은 민첩하지 못해도 인내성이 있기 때문에 비로봉에 올라갈 수 있고, 도마뱀은 동작이 빠르고 재주가 있기 때문에 비로봉에 올라 갈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되자 그들은 자기의 힘과 재주를 가지고 누가 먼저 비로봉에 오르는가 경쟁을 하자고 약속하고 제각기 길을 떠났다. 그런데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비로봉에 오르던 짐승들은 이 앙지대에서 꼭 같이 다시 만나게 되었다. 짐승들은 다시 만난 기쁨을 나누며 이곳의 황홀한 자연경치에 취해서 더 이상 오를 생각마저 잊어버리고 제각기 자기 모양을 한 채 바위로 굳어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앙지대를 지나 금강굴을 향하던 도중에 표식비 주변을 정리하는 북측 환경보호원과 처음으로 마주쳤다. 북측 사람과 인사하고 대화 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남녀 2명이 1조가 되어 근무를 서고 있었다. 이들의 임무는 금강산 자연을 지키며, 표식비 보호와 관광객을 도우는 일이라 했다. 표식비는 김일성주석이 1947년 9월 28일 이곳을 방문하여 현지지도한 기념으로 세운 것으로 북한 주민들의 충성심과 사상적 결속을 적극 고취하기 위하여 주민 사상교양사업에 이를 이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을 배치하여 표식비를 밟거나 올라서서 (혹은 기대어)사진을 촬영하는 행위와 손가락질, 김일성 부자와 체제에 대한 비난 등을 단속하고 있다. 예전에 환경보호원에게 억지로 선물을 권유하다 자존심을 상하게 하였을 뿐 아니라 희롱하였다는 이유로 지적되어 공무집행방해로 벌금을 문 적이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긴장했지만 몇 마디 인사를 주고받으니 금방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들도 다정스런 표정으로 진지하게 대하여 주었다. 여자 보호원의 옷차림은 간편복으로 운동화를 신고 있었으며, 머리는 뒤로 묶어 세련되게 보였으나, 얼굴 화장과 손톱관리 모습을 보니 매우 촌스러웠다. 입술에 립스틱이 일어나 보기에 흉할 정도이고 메니큐어도 칠한 지 오래되 보였다. 남자는 인민복에 김일성 뱃지를 달고 있었으나 얼굴이 검어 나이가 들어 보였다. 하루 종일 같이 근무하다보면 결혼하는 경우도 있지 않느냐고 묻자 “그런 경우도 있지만 우리는 그런 사이 아닙네다” 하면서 여자 보호원이 얼굴을 붉혔다.





이렇게 환경보호원의 태도가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이 유연해진 것은 남쪽 관광객의 자유분방한 모습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에는 남쪽 관광객들이 한마디 말을 걸어도 못 들은 채 하거나 피하던 태도들이 이제는 인사를 나누는 것은 물론 어떤 관리원은 “다리 아픈데 좀 쉬었다 가지요”하며 자리를 권하기까지 하였다. 너무나 많이 변한 것 같다. 나와 안해는 상팔담을 다녀오는 사이 친구는 구룡폭포를 구경하고 북한안내원과 우리가 내려 올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혼은 했느냐”, “남쪽과 북쪽 어디가 잘사는 것 같은지 솔직하게 말해보라”는 친구의 짖궂은 질문에.”미혼에 스물세살이며, 북쪽은 모두가 공평하게 살고 있으나, 남쪽은 잘 사는 사람들은 매우 잘 살고 못 사는 사람들은 아주 못살더란 말입니다. 빈부차이가 심하더란 말입니다.“ 하면서 그렇지 않느냐고 되묻곤 하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또한 삼일포를 다녀오던 길에 만난 남자 환경보호원은 오히려 나에게 접근하여 궁금한 것을 질문하였다. 삼일포에서 버스까지 도보로 약 10분이 소요되는데 그 동안에 많은 것을 이야기 할 수 있었다. 체제비판을 제외하고는 무슨 이야기도 가능하였다. 내가 달고 있는 명찰의 에이치지적공사가 어떤 일을 하는 곳이냐, 직책은, 월급은, 승용차는 가지고 있느냐, 가족사항은, 평양은 가보았느냐 등 꼬치꼬치 물어서 오히려 네가 국가보안법이나 우리 규정을 위반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하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나는 북쪽은 토지가 국유지 내지는 공장, 기업소 소유이지만 남쪽에서는 개인이 소유하고 있어 토지에 대한 상속이나 매매에 따른 토지측량이 필요함으로 측량과 토지관리제도를 연구하는 기술자라고 설명하면서 눈치를 살피자 보호원의 입에서 뜻밖의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 북조선에도 그런 일을 하는 곳이 있습네다” 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선생께서 그 것을 어떻게 알고 있느냐, 그 곳이 어디냐고 다그쳐 묻자 그는 자랑스러운 듯이 채취공업성에서 측량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지진국에도 측량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였다. 그러면 직접 측량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지 묻자 몇 해전 토지정리 지구에서 수로측량하는 것을 보았다고 하였다. 그러나 측량장비, 기술수준 등은 자세히 알 수가 없었다. 헤어질 때 그는 다음에 오면 자세히 설명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어떻게 이 같은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 남쪽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렇다. 무엇보다 북한사람들의 관광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강산 관광 초기 남측에서 방문한 수 백 명의 관광객을 보고 정부에서 동원한 것으로 알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쪽 관광객들의 숫자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보며󰡒왜 동원이 잘 안되는가󰡓고 의문을 갖기 시작했으며 이제는 동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또한 남쪽 관광객들로부터 직접 듣고 본 말들과 경험들이 북쪽의 인식과 태도를 서서히 변화시키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변화가 금강산관광의 활성화로 이어져 북한이 잘 살수 있는 단초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임동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특별보좌역이 4월 20일 미래전략연구원과 매일경제신문사가 공동주최한 제13회 미래전략포럼에서 ‘한반도 안보정세와 남북관계 전망’ 제하의 발제를 통해 “10년 안에 남북은 서로 돕고 자유 왕래를 하면서 법적인 통일은 아니지만 사실상의 통일상황이 올 것이다.”라고 한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노란색 꽃망울을 머금은 금마타리의 꿈도 나와 같으리. <조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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