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한국의 토지정책

 

제목 : 단군 이래 처음 코리안이 운명의 주인 될 기회
작성자 : 조병현 날짜 : 2018-04-21 조회수 : 103



단군 이래 처음 코리안이 운명의 주인 될 기회

                                        
      
서울시는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의미로 서울광장에 한반도 모양을 형상화한 ‘평화의 꽃밭’을 조성한다. [사진=중앙포토]

서울시는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의미로 서울광장에 한반도 모양을 형상화한 ‘평화의 꽃밭’을 조성한다. [사진=중앙포토]

 현실주의 외교의 대표적인 주창자인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 대학 교수는 <강대국 힘의 정치의 비극(The Tragedy of Great Power Politics)>라는 저서에서 냉전시대 미국이 소련의 핵능력을 선제공격으로 파괴하려고 세운 단일통합작전계획(SIOP)의 내용을 이렇게 소개한다.
 

“미국은 소련의 일차 공격을 받은 뒤 소련 인구의 30%, 공업의 70%, (…) 200개의 대도시를 파괴할 능력을 준비했다. (…) SIOP가 가동되기 시작한 1960년 12월 현재 미국은 3127개의 핵폭탄과 탄두를 보유하고 있었다. (…) 23년 뒤(1983년) 미국이 보유한 핵폭탄은 1만802개로 증가해 있었다. (…) 1950년대 중반 전략사령관 커티스 리메이 장군은 러시아인들이 미국을 공격할 비행기들을 동원하는 것이 포착되면 나는 그 비행기들이 이륙하기 전에 박살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소련은 지구를 거의 반 바퀴나 도는 경도(longitude) 170에 걸쳐 있고 11개의 시간대를 가진 거대한 땅덩어리(landmass)였다. 면적 2240만㎢는 한반도의 100배가 넘는다. 1991년의 인구는 2억930만이었다. 백악관 신임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 같은 미국 대북 선제공격론자들의 생각의 출발점은 위에 소개한 SIOP다.
동시에 SIOP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갖게 된 중요한 동기의 하나이기도 하다. 작년 11월 북한이 미국을 사정권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를 발사한 것이 한반도 전쟁 위기의 정점이었다.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을 언제 선제 공격해도 놀라울 것이 없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그때 조용히 워싱턴으로 날아가 국무·국방장관과 백악관 안보보좌관 허버트 맥매스터를 포함한 안보·국방 라인의 인사들을 모조리 만나 미국이 얼마나 진지하게 대북 선제공격을 생각하고 준비하는가를 탐색한 중국의 고위 인사가 있었다. 외교부장을 지낸 외교 담당 국무위원 양제츠였다. 그가 만난 미국 인사들은 양제츠에게 “미국이 핵탄두의 장거리 운반수단을 가진 북한에 실존적 안보위기를 느낀다”며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북한 핵·미사일 시설을 외과수술적(surgical)으로 단시간에 파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 뒤의 그림자
 
양제츠의 방미 결과가 북한에 즉각 전달됐을 것임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2억이 넘는 소련인구의 30%, 산업시설의 70%, 가장 큰 도시 200개를 파괴할 전략을 세웠던 미국으로서는 좁은 땅덩어리 안에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을 선제파괴하는 것은 가능하고도 남을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한반도에 지정학적 이해를 가진 주변 4강의 정상이 빠짐없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은 지난달 이미 김정은을 베이징으로 불러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 관한 논의를 마쳤다.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뒤에는 도쿄의 한·중·일 정상회담, 5월 말이나 6월 초 북·미 정상회담, 6월 21일에는 모스크바 한·러 정상회담이 줄줄이 열린다.
 
대한제국이라고 자칭한 조선왕조의 황혼기에 중국의 청, 제정 러시아, 일본제국이 조선반도의 패권을 다투고 미국과 영국이 러시아의 남진을 견제할 목적으로 배후에서 일본을 지원하던 상황의 재연 같다.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관련국 정상들이 직접 나서는 것, 연쇄회동의 목적이 북핵이라는 위협 요소를 제거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일련의 정상회담은 유기적인 관계에서 열린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명백히 확인되지 않으면 북·미 회정상회담은 하나마나다. 북·미 정상회담이 북한 비핵화에 대한 개념적 합의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앞선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는 빛을 잃고 한·중·일 정상회담과 한·러 정상회담도 한반도 평화정착에는 손에 잡히는 기여를 할 수가 없게 된다.
 
이렇게 열쇠는 북·미 정상회담이 쥐고 있다. 북한 비핵화가 중심의제이기 때문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4월 12일에도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급 접촉이 진행된다고 밝히고 “김정은과의 회담은 아주 멋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에 부푼 말을 했다. 트럼프의 말 중에서 특히 놀랍고 고무적인 것은 김정은에 대해 “매우 존경하는 마음(a lot of respect)”을 갖고 있다고 한 말이다. 김정은을 꼬마 로켓맨이라고 부르던 작년의 트럼프가 아니다. 그는 재작년 대선 기간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면서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하던 트럼프로 돌아갔다. 김정은도 ‘망년 난 노인’이라는 폭언과는 180도 달라진 말로 화답할 기회가 올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의제는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의 큰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북한의 지금까지의 입장은 비핵화는 북·미 간에 논의할 문제라는 것이었다. 그러던 북한이 비핵화를 남한과 논의하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북한의 괄목할 만한 입장 변화요, 기대되는 성과다.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공동 발표문에 올릴 정도로 분명하게 비핵화 의지를 밝히지 않으면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 자체가 불투명해진다. 그런 상황에서 김정은과 트럼프가 만난다고 해도 양측은 서로의 입장만 주장하다 존 볼턴의 표현대로 미국은 회담장에서 걸어나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 사태는 작년의 위기 상황으로 돌아가는 정도가 아니라 그 보다 훨씬 심각한 사태를 맞게 될 것이다. 미국은 다시 선제공격 옵션을 고려할 것이다. 문 대통령의 말 대로 지금 우리 앞에 전개되는 기회를 사리지 못하면 그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핵 없는 김정은, 연 평균 10% 경제성장 달성해야
 
북·미 간의 핵심 쟁점은 비핵화의 방법, 특히 순서(sequence)다. 존 볼턴은 리비아 모델의 신봉자다. 선 비핵화, 후 보상이다. 그러나 북한이 무장해제 먼저 하고 나오라는 그런 요구를 받아들일 리가 없다. 김정은은 베이징 방문 때 비핵화는 단계적, 동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못을 박아뒀다. 단계적과 동시적은 상충되는 것 같이 보인다. 우리가 통념적으로(conventionally) 이해하는 단계적 비핵화는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으로 하나씩 주고받으면서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완전한 비핵화(CVID)라는 종착점에 이르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협상에서 북한은 합의사항의 이행과정에서 매 단계를 다시 작은 단계로 나누는 이른바 살라미 전술로 시간을 끌었다. 그러다 종국에 가서는 주로 검증에 만족스러운 협력을 하지 않고 합의 자체를 파탄시켰다. 문 대통령도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1994년 제네바 합의, 2005년 9·19 공동성명이 파산한 경험을 되살리면서 과거의 실패를 거듭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확고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를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도 김정은 위원장의 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가 강해 보인다. 평창 올림픽 때부터 보인 조짐이다. 아버지 김정일의 정책기조가 선군이었다면 김정은의 그것은 핵과 경제의 병진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핵과 경제의 두 바퀴로 굴러가던 체제에서 핵이라는 한 쪽 바퀴가 빠져도 괜찮다고 생각하는가. 그의 전략적 계산은 짐작할 수 있다. 작년 같은 안보위기가 계속되면 북한의 체제 자체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 김정은은 핵과 체제의 안전보장을 교환하는 쪽을 선택했다.
 
안전보장에는 아마도 남·북·미와 중국이 서명하게 될 평화협정이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현재의 휴전체제를 대체하는 강화조약으로 한국전쟁이 총성이 멈춘 지 65년 만에 공식으로 끝나는 것이다. 세계사적으로는 한반도의 전쟁 공식 종식은 1989년 12월 2~3일 미국 대통령 조지 H.W. 부시와 소련 공산당 서기장 미하엘 고르바초프가 지중해의 섬나라 몰타에서 만나 “동서가 냉전체제에서 새로운 협력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냉전종식 선언의 마침표라는 의미도 있다. 한반도에서는 냉전이 무장평화의 형태로 지속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 알마아타에 있는 키맵(KIMEP) 대학 총장이며 경제학자인 방찬영 박사는 소련연방이 해체된 후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경제 고문으로 그 나라를 사회주의 체제에서 시장경제 체제로 성공적으로 전환(transform) 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북한 전문가이기도 한 방찬영 총장의 계산에 따르면 김정은 정부가 핵·경제 병진체제에서 핵이 빠지고도 체제의 정통성과 안전을 유지하려면 연 평균 10% 안팎의 경제성장을 달성해야 한다.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비핵화를 충실히 이행한다면 북한에 달러가 몰려들 것이다. 북·미 관계가 정상화돼 평양과 워싱턴에 각각 미국과 북한의 대사관이 개설되면 미국과 한국은 북한이 국제기구들로부터 경제개발에 필요한 장기 저리의 거액의 융자를 받을 수 있게 지원할 것이다. 2차대전 후 잿더미 위에 선 유럽의 경제를 부흥시킨 마셜 플랜의 북한판도 진지하게 검토될 것이다.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면 북한과 일본의 수교도 바로 뒤따를 것이다. 북·일 수교가 실현되면 북한은 일본으로부터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배상으로 200억~300억 달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장기적으로 보면 신정(神政)에 가까운 세습 김씨 왕조가 평화가 정착되고 남북 교류가 활발하고 외국의 투자가 몰려드는 새로운 현실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3월 30일 청와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을 만나고 있다. [사진=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3월 30일 청와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을 만나고 있다. [사진=중앙포토]

 
가시권에 들어온 한반도경제협력공동체 
 
그러나 북한의 완전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정착이 이루어진다면, 그리하여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시아가 전쟁의 위협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다면 북한 주민들이 신정을 유지하든 공화정을 선택하든 우리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미국도 아랍·중동·아프리카·중남미에서 친미 독재정권, 전제국가들을 지원해 오는 현실주의 정책을 추구해 왔다. 렉스 틸러슨도 국무장관 시절 미국은 북한을 침공하지도 않을 것이면 체제 변경을 시도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문재인 정부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남북 정상회담은 대북 국제제재 국면에서 열린다. 그래서 당장은 경제협력의 본격적인 논의는 조심스럽고 한계가 있다. 그러나 비핵화의 어느 단계에 이르면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지지를 받아 대북제재 해제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 정상회담의 목적은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 화해·협력과 인도적 지원의 길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다. 화해·협력의 협력 부분이 중요하다. 협력의 축은 경제협력이다. 문 대통령이 먼 비전으로 제시한 한반도 경제협력공동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 8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한국 대표단을 만나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주미한국대사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 8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한국 대표단을 만나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주미한국대사관]

남북관계의 개선과 협력은 단기적인 프로젝트와 중·장기적인 프로젝트로 구분해 시행될 것이다. 대북 국제제재 종료를 전제로 한국은 먼저 5·24 조치의 해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실시할 수 있다.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 서신왕래를 요구할 수도 있다. 중·장기적인 경제협력으로는 북·중·러 접경지대에 대규모 경제협력지대를 만들어 나진·선봉 경제 특구와 연결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프로젝트다. 접경지역의 경제협력지대는 중국 동북3성에서 산출되는 농·공산품들이 태평양으로 나가는 가장 가깝고 편리한 출구가 된다.
 
같은 이득은 러시아에도 돌아간다. 장기 집권에 들어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럽으로의 경제 진출의 활로가 막히자 신동방정책이라는 이름으로 태평양으로 나가는 길을 찾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가 신동방정책의 출구다.
 
역시 장기집권 체제를 갖추고 중국몽(China dream)을 실현하려는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에게도 북·중·러 접경지역의 경제협력지대는 그의 야심작인 일대일로의 동방확대를 의미한다. 일본에는 빠른 길의 대륙 진출과 동북아시아에서 전개되는 새로운 국제질서에 재빨리 편승하는 교두보가 된다.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북극항로가 열리면 북한의 원산항이 오늘의 싱가포르와 같은 해상 무역로의 허브 역할을 한다는 것이 많은 몽상가(visionary)가 그리는 동북아시아와 한반도의 미래상이다.
 
북한은 지원을 받는 입장이라도 지원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그래서 경제협력이라는 말을 쓰고, 실제로도 대북 투자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경제적이고도 현실적이다. 홍석현 ‘한반도 평화만들기 재단’ 이사장이 <한반도 평화만들기>라는 책에서 제안한 남북한 합작 김치공장 설립은 경제협력의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지금 한국은 중국산 김치를 수입한다. 농약을 걱정하면서도 중국 김치를 먹는다. 한국이 자본과 배추·무·고추·마늘 재배의 신기술을 가지고 북한의 여러 곳에 남북합작 김치공장을 세워 생산되는 김치를 한국이 수입한다는 윈-윈의 구상이다. 제3국으로 수출할 수도 있다. 경제학자인 홍석현 이사장은 이렇게 썼다.  
     
남북한 합작 김치공장 설립한다면
 
남북관계 개선과 함께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가능성이 점쳐진다. [사진=중앙포토]

남북관계 개선과 함께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가능성이 점쳐진다. [사진=중앙포토]

“우리는 북한에 김치를 생산할 수 있도록 기술과 노하우, 비료를 제공하는 동시에 그들이 의지할 수 있는 견실한 시장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럴 경우 우리는 중국산 김치에 농약이 다량 들어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할 필요도 없다. 더구나 우리가 북한에서 토지를 임대받는 프로젝트를 통해 그들에게 현대식 농경제를 전할 수 있다. 그와 함께 북한에 김치공장을 지어 김치 생산에 첨단기술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도 있다. 개성공단과 개념은 같지만 초점을 농업에 맞추는 사업이다. (…)남한 사람은 자신의 입맛과 습관을 아는 북한 사람이 만든 저비용 고품질의 김치를 공급받아 단기적 혜택을 누릴 수 있다.”(<한반도 평화 만들기> 203~204쪽)
 
내가 한마디 보태자면 어떤 종류든 남북 합작사업의 자금은 정부가 절반을, 나머지 절반은 국민 참여의 크라우드 펀딩으로 조달하자는 것이다. 한 사람이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을 1만원 정도로 한정하여 가급적 수십만 명의 한국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주면 그만큼 남북협력의 당사자(stake-holder)가 많아 대북정책에 관한 남남갈등 해소에 기여할 것이다. 기업이 큰 액수를 투자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남북 화해와 협력, 한반도 평화는 우리 모두의 꿈이요 사명이기 때문에 소수의 사익 추구자나 언론에 이름 내고 싶은 사람에게 독점돼서는 안 된다.
 
합작 양어장, 임진강 하구의 모래 채취, 양돈장, 양계장, 각종 비닐하우스에서 같은 모델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의 큰 규모의 경제협력으로는 2007년 10·4 공동선언에 들어있는 서해평화협력지대의 구상을 살려 인천-개성-해주를 잇는 3각 경제협력체를 만들 수 있다. 인천과 해주는 중국을 시야에 둔 서해안 시대에 가장 적합한 항구다.
 
1989년 동유럽의 소련 반체제 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고 많은 동독인이 서독으로 탈출할 때 헝가리-오스트리아 접경 마을 소프론에서 자유주의 활동가들이 헝가리의 자유주의 개혁을 환영하는 대규모 피크닉을 열었다. 이름은 ‘범유럽 피크닉’이었다. 피크닉에 초청하는 전단에는 “오라. 모두 오라. 먹고 마시고 즐기자. 철의 장막을 조각내자”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그날 피크닉에 참석했던 700여 명의 동독인이 오스트리아를 통해서 서독으로 넘어갔다.(정의길, <지정학의 포로들> 360쪽). 이것은 공산당 일당 독재에 저항하는 반체제 행사였다.
 
우리는 비무장지대에서 정반대 성격의피크닉을 열 수 있을 것이다. 4·27 남북 정상회담이 일정한 성공을 거두어 후속 화해·협력 방안이 논의되는 시점, 특히 북한 정권이 남한을 신뢰하게 되고 남북 화해·협력에 자신감을 갖는 시점에 비무장 지대에서 대규모 피크닉을 여는 것도 남북관계 개선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DMZ에서 열리게 될 ‘남북한 피크닉’
남북은 지난 2002년 경의선 철도 연결 공사를 위한 남북한 비무장지대(DMZ)의 지뢰 제거 작업에 합의했다. [사진=중앙포토]

남북은 지난 2002년 경의선 철도 연결 공사를 위한 남북한 비무장지대(DMZ)의 지뢰 제거 작업에 합의했다. [사진=중앙포토]

 
4월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원로자문단 회의에서 비무장지대의 진정한 비무장화 제안이 나왔다. 지금의 비무장지대는 가장 무장이 잘된 지대라는 정확한 전제에서 나온 제안이다. 헝가리 소프론 마을의 피크닉을 모르지 않을 북한이 처음에는 당연히 비무장지대의 피크닉 제안을 경계할 것이다. 그래서 시기를 남북한이 상대를 신뢰할 때, 북한이 한반도에 정착될 평화에 자신감을 가질 때로 하자는 것이다. 한국 DMZ학회(회장 손기웅 전 통일연구원장)는 비무장지대 안에 유엔 환경기구를 유치하는 것 등의 구상을 연구하고 있다. 어떤 프로젝트를 통해서든 비무장지대의 진정한 비무장지대화는 평화 정착으로 가는 과정에서나 하나의 중간역이 될 것이다.
 
문제는 남북, 북·미 간 신뢰의 부재다. 신뢰에 관해서 영감을 주는 글이 있다. 친구 윌리엄 워즈워스와 함께 낭만주의 시 운동을 일으킨 시인·평론가·철학자인 새뮤얼 T. 콜리지(S.T. Coleridge, 1772~1834)는 <문학의 자서전(Biographia Literaria)>에서 문학작품 독자들에게 “불신의 자발적 정지(willing suspension of disbelief)”를 권고 했다.
 
문학작품은 픽션이다. 하지만 작품 내용이 가짜라는 불신을 자발적으로 정지하고 사실(fact)처럼 읽어 달라는 주문이다. 경우는 달라도 과거의 행적으로 보아 북한 비핵화 의지를 믿기가 쉽지 않지만 비핵화 협상 성공이라는 높고 큰 목적을 위해서 대북 불신을 자발적으로 정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다 못 믿겠으면 불신으로 돌아가면 된다. 1994년 1차 핵위기 때 로버트 갈루치가 북한 외무성 부상 강석주와 협상할 때는 ‘신뢰의 도약(leap of faith)’이라는 개념을 썼다. 불신의 벽을 뛰어넘어 신뢰해 본다, 한번 믿어 준다는 의미였다.
 
미국은 2020년까지인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안에 비핵화 과정을 완료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인으로 큰 업적을 남기고 싶은 욕심이 아니라도 비핵화 과정은 1~2년에 끝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에는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는 데 반대하는 세력, 김정은 정권 같은 부도덕한 정권, 악의 축에 드는 정권은 대화의 사대가 아니라 타도의 상대라고 믿는 위선적 도덕주의자들이 하나의 강력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임기 말로 갈수록 대통령의 정책 추진력은 떨어진다.
 
개성공단 1단계 착공식이 2003년 6월 북한 개성시 봉동리에서 열렸다. [사진=중앙포토]

개성공단 1단계 착공식이 2003년 6월 북한 개성시 봉동리에서 열렸다. [사진=중앙포토]

대륙세력-해양세력의 분단선이라는 악역 끝낼 기회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 협상의 문턱을 낮추라고 설득한다.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요구하지 말고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정착에 협상의 초점을 맞추라는 합리적인 주문이다. 가령 김-트럼프 회담에서 트럼프가 북한 인권문제 개선을 강하게 요구하면 회담이 결렬될 수도 있다. 트럼프는 이미 의회에서 연두교서를 발표하는 자리에 탈북자를 초청하고 뒤이어 다른 탈북자들까지 백악관으로 초청해 인권문제로 북한을 압박했다. 그러나 평창 이후 김정은과 트럼프의 말폭탄 공방이 멈추고 트럼프 입에서 김정은과 북한에 호의적이 발언이 잇달아 나오는 것은 정상회담의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들이다. 북한 쪽에서도 체제안전의 보장 요구에 주한미군을 제외한 것으로 알려져 가장 민감한 문제의 하나를 비켜갈 의사를 밝힌 셈이다.
 
유라시아 대륙세력(중국과 러시아)와 해양세력(미국과 일본)의 접점이어야 할 한반도는 얄타체제의 유산으로 두 세력을 갈라놓는 분단선이 돼버렸다. 냉전시대 내내 한반도는 대륙의 북·중·러 대 해양의 한·미·일이 대결하는 긴장의 무대였다. 한반도의 냉전이 종식되고 평화가 정착돼도 일본을 동맹으로 거느린 미국과 러시아를 배후에 둔 중국이 서태평양의 패권 다투기를 계속한다면 남한과 북한은 두 세력의 원심력에 끌려 어느 한 편에 가담할 고단한 처지가 될 수도 있다. 이번 기회에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의 두 거대 세력이 충돌하는 무대, 두 세력 간의 단층선의 악역을 끝내야 한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와 후임 정부는 기회와 부담을 동시에 안고 비스마르크의 저글링 외교를 펴야 한다. 저글링은 몇 개의 공을 공중에서 굴리는 묘기다. 한국 외교는 미국·중국·일본·러시아라는 네 개의 공을 굴려야 한다. 그중 하나라도 떨어뜨리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세력균형이 무너져 어렵사리 정착된 평화를 편하게 누릴 수 없게 된다. 남한과 북한은 함께 코리안의 구심력을 키워 외부에서 끌어당기는 원심력을 밀어내고 극복해야 한다. 한국이 동북아시아 정치에서 키플레어가 되는 기회를 맞은 것은 단군 이래 처음이다. 문 대통령의 말 대로 이런 기회는 두 번 오지 않는다.
 
남북 정상회담으로 시작되는 일련의 정상회담이 과연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가져올 것인가의 전망에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대립한다. 낙관론과 비관론 모두 넘치는 합리적 근거를 갖고 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이 맞다 틀리다의 존재론적(Sein) 문제가 아니라 어느 쪽이 맞아야 하는가의 당위론적(Sollen) 문제다. 우리는 콜리지의 충고대로 북한에 대한 불신을 전략적으로 일시 정지하고 낙관론자가 되어 보자.
 
 
김영희 1958년 22세 나이로 언론계에 첫발을 디딘 필자는 82세가 된 지금까지 현장을 누비는 영원한 기자의 길을 걷고 있다. 중앙일보 편집국장, 임원 등을 거치고 최근까지도 중앙일보 대기자 및 칼럼리스트로 활동했다. 올해로 기자 활동 60주년을 맞는 그는 외교·안보·국제 뉴스의 한 우물을 판 역사의 증인이기도 하다. 

[출처: 중앙일보] 단군 이래 처음 코리안이 운명의 주인 될 기회




목록  
총 방문자수 : 5,718,670 명
오늘 방문자수 : 91 명